24년 만에 벽을 넘었다..'리그왕'이 된 수비왕 홍정호

윤은용 기자 2021. 12. 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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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전북 현대 홍정호가 7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전북 현대를 사상 첫 리그 9회 우승과 5연패로 이끈 수비수 홍정호(32)가 2021년 K리그1 최고의 별이 됐다. 홍명보, 김주성 등 과거 기라성 같았던 대선배 수비수들이 걸었던 길을 홍정호도 함께하게 됐다.

홍정호는 7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상 시상식에서 감독, 주장, 미디어 투표 합산 48.98점을 받아 39.45점을 얻은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2021년 K리그1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보통 K리그 MVP는 개인 기록이 뚜렷이 드러나는 공격수나 미드필더가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홍정호의 수상은 K리그 역사에서도 ‘보이지 않는 벽’을 깨뜨렸다는데 의미가 있다. K리그에서 수비수가 MVP에 뽑힌 것은 1997년 김주성(당시 부산 대우) 이후 무려 24년 만이며 중앙 수비수로는 박성화(1983년), 한문배(1985년), 정용환(1991년), 홍명보(1992년), 김주성에 이어 6번째다.

홍정호의 올해 활약은 대단했다. 수비지역 인터셉트 2위(50회), 볼 획득 4위(186회), 클리어 9위(85회), 볼 차단 11위(100회) 등 각종 수비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전북의 주장으로서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전북을 리그 최소실점(37실점)으로 이끌며 우승을 뒷받침했다. 전북은 김민혁(21경기), 구자룡(12경기), 이용(24경기) 등 수비 라인이 꾸준히 출전하지 못하며 조직력 불안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36경기를 뛰며 중심을 잡아준 홍정호가 있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K리그1 MVP 선정에는 ‘우승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한다. 전북 우승의 일등공신인 홍정호의 MVP 수상은 당연한 듯 보였다. 그런데도 안심할 수 없었던 이유는 주민규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민규는 이번 시즌 22골로 2016년 정조국(당시 광주 FC) 이후 5년만에 토종 득점왕에 등극했다. 매년 외국인 선수들이 휩쓰는 득점왕을 토종 선수가 차지한 데다, 정조국이 제주 코치로 주민규의 득점왕 등극을 도왔다는 스토리도 있었다. 실제로 12개 구단 감독(6-4)과 주장(6-5), 미디어(56-50) 투표 모두 간발의 차이였다. 그래도 시즌 내내 주장으로 팀을 이끌고 수비진을 홀로 지탱하다시피하며 끝내 팀을 우승으로 이끈 홍정호에게 조금 더 표심이 몰렸다.

홍정호는 시상식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수비수는 공격수보다 주목을 덜 받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주장을 하면서 매 경기 열심히 치열하게 준비를 하면서 했던 것을 다들 좋게 봐준 것 같다. K리그 수비수들한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렇게 기분 좋은 날, 홍정호는 집에 갈 수 없다. 이날 전북의 우승 축하연이 열리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아내의 생일에 축하연이 열려 홍정호도 아쉽다. 홍정호는 “저녁에 팀 축승회 자리가 있어서 아내를 못 볼 것 같아 정말 미안하다. 올해 주장하느라 예민했는데, 항상 신경 써준 아내에게 고맙다”며 “집에 들어가면 당장 백화점부터 가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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