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오미크론 불확실성 커져"..내년 성장률 먹구름
두달만에 다시 경기 하락 경고
공급망 불안에 제조업 회복 더뎌
방역 강화로 살아나던 소비 꺾여
경기선행지수도 넉달째 하락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월 경제동향'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국내외에서 방역 조치가 강화되고 금융시장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KDI는 매월 경제동향을 발표하고 경기에 대한 단기적 전망을 제시한다. KDI는 지난달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대외 여건이 제약되면서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지만 서비스업은 방역 조치 완화로 부진에서 반등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하방 위험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일상 회복에 따라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만 제시했다.
그러나 KDI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충격이 확산되자 두 달 만에 다시 하방 위험을 언급했다. 허진욱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10월까지 실물지표를 보면 전반적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와 방역 조치 강화가 경기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코로나19 백신이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9월 이후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생산, 소비, 고용이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고 최근 상황을 평가했다. 특히 11월 이후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행되고 상생소비지원금 등 정부의 소비 진작책에 내수도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실제 신용카드 매출액은 10월과 11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7%, 11.5% 증가했다.
하지만 제조업에서 부정적 신호가 포착되고 있는 데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방역 조치 강화로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됐다. KDI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지속되고 대외 수요도 위축되면서 제조업 회복세가 제한됐다"며 "제조업에서 주력 품목의 생산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재고율이 급증하면서 부정적인 신호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로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대내외 수요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KDI는 우려를 나타냈다.
단계적 일상 회복 효과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106.8)보다 소폭 상승한 107.6을 기록했지만 11월 말부터 본격화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향후 소비 회복도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을 지탱하고 있는 수출은 금액 기준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평균 수출물량지수는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9.6% 증가했지만, 10월에는 증가폭이 3.4%까지 떨어졌다.
향후 경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경기 선행지수는 7월 이후 넉 달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변곡점에 가까워지는 것을 시사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로 잡고 있지만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 당초 예상보다 0.6%포인트 낮은 2.4%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 인플레이션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었는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가세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물가는 오르면서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불거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세금 부담이 높은 데다 자산 시장에 거품이 있고 수출 물량이 크게 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둘러싸여 있다"며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경기 회복이 기대보다 늦어지는 것은 분명한 상황"이라며 "경기 회복 지연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주요국의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내년 전체 세출예산의 73%인 363조5000억원을 상반기에 배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상반기 배정률로 보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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