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가계빚 줄이는데..한국만 나홀로 늘어

윤원섭 2021. 12. 7.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BIS 2분기 민간신용 분석
소득대비 부채비율 218%
선진국 평균보다 50%P 높아
금융 불안정성 더욱 확대
주요 20개국(G20) 중 우리나라만 두드러지게 가계 빚이 늘고 있어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진국들은 올해 들어 가계 빚을 눈에 띄게 줄이고 있지만 우리나라 가계 빚은 여전히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대조된다.

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우리나라 민간신용 레버리지 비율은 218.1%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자 지난 1분기(216.2%)보다 1.9%포인트 오른 수치다. 민간신용 레버리지 비율은 기업과 가계 등 민간부문 신용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으로, 한 국가의 신용시장 안정성을 가리는 주요 지표다. 이 비율이 높아질수록 해당 국가의 부채 부담이 늘어난다.

올 2분기 민간신용 레버리지 비율이 오른 이유는 명목GDP 증가율(1.9%)보다 민간신용 증가율(2.8%)이 더 컸기 때문이다. 소득보다 부채가 더 많이 늘었다는 뜻이다.

BIS가 조사한 52개국 중 올 2분기에 민간신용 레버리지 비율이 1분기보다 오른 곳은 한국 외 그리스(127.3%→128.6%), 홍콩(387.9%→395.6%), 싱가포르(191.5%→193.4%) 등 4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48개국의 민간신용 레버리지 비율은 올 2분기에 전 분기보다 줄었고, 상당수는 2분기 연속 줄기도 했다.

G20 국가와 비교하면 올 2분기에 민간신용 레버리지 비율이 1분기보다 오른 곳은 한국밖에 없었다. G20 국가 평균 민간신용 레버지리 비율은 지난해 4분기 178.8%로 정점을 찍은 이후 올 1분기 174.8%, 2분기 170.3%로 하향세를 보였다. 미국은 지난해 2분기 161.1%에서 꾸준히 상승해 올 1분기 165.8%를 찍은 후 2분기에 161.3%를 기록해 1년 전 수준으로 돌아섰다.

반면 한국은 최근 수년간 민간신용 레버리지 비율이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2분기 205.8%, 3분기 210.5%, 4분기 213.7%, 올 1분기 216.2%, 2분기 218.1% 등으로 꾸준히 올랐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다른 나라는 민간신용 레버리지 비율을 올해부터 줄이는데 한국만 상승했다는 것은 금융당국이 기업과 가계의 부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며 "부채 관리를 하려면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값 급등으로 대출 수요가 많아지면서 소득 대비 부채 규모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부채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부채 부담 수준도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 기준 한국(218.1%)보다 민간신용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곳은 홍콩(395.6%), 스위스(278.3%), 노르웨이(258.6%), 네덜란드(253.7%), 덴마크(237.4%), 캐나다(234.8%), 프랑스(232.6%) 등 7곳에 불과했다. BIS가 조사한 전체 52개국 평균은 171.7%로 한국보다 46.4%포인트 낮았다.

전문가들은 부채가 '시한폭탄'이 돼 취약계층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한국의 민간신용이 GDP보다 2배 이상 많다는 것은 부채 부담이 매우 크다는 것"이라며 "이 정도 규모 부채는 쉽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주로 돈을 빌리고, 가계는 전월세값 급등 등으로 생계형 대출이 많다"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돈을 빌려 연명하는 기업과 가계가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원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