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원칙 방역 백화점‧종교시설, 그 사이에 불신과 혐오 자란다
7일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A백화점 내 푸드코트 출입구. QR코드를 찍는 기계가 있었지만 5분 동안 이곳으로 들어가는 고객 8명 중 단 1명만이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인증했다. 출입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일렬로 앉아야만 밥을 먹을 수 있는 한 식당은 13석 가운데 12석에 손님이 앉아있었다. 이들의 거리는 어깨가 스칠 정도로 가까웠지만, 손님 절반 이상은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직원 송모씨는 “백화점 푸드코트에 입점한 가게들은 평수도 작고 사방이 다 뚫려있다”며 “한곳에서 터지면 바이러스가 확 퍼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각지대 백화점 푸드코트…직원들도 불신·불안
방역패스 예외인 백화점‧종교시설 등에서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개방된 출입구를 통한 이동이 빈번하다는 이유로 이들 업종을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했다. 단 백화점·마트 안 식당가 등은 식당으로 간주해 방역패스 대상이다.
그러나, 기자가 이날 둘러본 분당구 백화점 2곳 내 푸드코트는 방역패스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이지만, 관리가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보니 매장 직원들은 불안과 형평성에 대한 불만은 컸다. 분식 판매대에서 일하는 직원 A씨는 “백화점 푸드코트는 감염에 취약한 지하에 있고, 손님 대부분이 마스크를 안 쓰는데 왜 방역패스에서 제외됐는지 모르겠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방역패스 업종 “종교시설 포함하라”
일부 맘카페나 자영업자 대상 인터넷 카페에서는 일관성 없는 정책이 불신과 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백화점과 종교시설이 방역패스 대상에서 빠진 데 대해 “대기업 편의를 정부가 봐줬다” “종교계 눈치를 본 결정”이라는 등 확인되지 않은 글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국내 첫 오미크론 확진자인 40대 목사 부부는 사진과 실명 등 개인 정보가 무분별하게 확산하며 ‘마녀사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방역패스에 종교시설을 포함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 ‘나 몰라라’ 대책이 분열 만들어”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2년 동안 국민이 많이 지쳤고 이에 따른 분노가 다른 계층으로 투사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자영업자의 화살이 정부가 아닌 교회로 가고 있는데 정부는 모른 척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짐을 전가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회문화적으로 자정 작용이 필요하고 시민들이 의견을 많이 내는 등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통한 소통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수민·채혜선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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