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비정치성, 중립성은 허울 뿐.. 정치 격랑에 휘말리게 된 올림픽

김경호 선임기자 2021. 12. 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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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한 남성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로고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ㅣ로이터 연합뉴스


올림픽이 또다시 정치적 격랑에 휘말리게 됐다. 스포츠의 비정치성과 중립성은 한낱 허구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2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선수들을 파견하되 외교 사절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신장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종족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기타 인권 유린을 감안해 어떤 외교적, 공식적 대표단도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의 결정은 오는 9일부터 이틀간 미국 주도로 세계 110여개국의 정상과 민간 단체장들이 비대면으로 참가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올림픽은 정치로부터 중립성을 갖는다’는 표어는 올림픽이 수없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돼 왔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1936년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베를린 올림픽을 통해 강한 독일과 민족적 우월성을 과시하려고 한게 대표적인 사례다. 1920년 앤트워프 동계 올림픽, 1976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도 정치적 이슈를 주장하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보이콧 했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서방 국가들이 일제히 불참한 1980 모스크바 올림픽, 이에 대한 보복이 일어난 1984 LA 올림픽은 냉전시대에 스포츠가 정치에 의해 유린된 상징이다.

모스크바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미국 선수들은 당시 정부를 상대로 권리 침해를 보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선수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또다시 정치적 목적에 희생될 수 없기에 미국은 이번엔 ‘외교적 보이콧’을 선택했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의 올림픽 헌장 위배를 지적하며 “스포츠의 정치화를 멈춰야 한다. 만약 미국이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반격하는 조치를 결연하게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반격은 외교적 수단을 통해 먼저 나오겠지만 갈등이 길어지고 악화된다면 2024년 파리 올림픽과 2028년 LA 올림픽이 직접 목표가 될 수도 있다. 향후 두 차례 올림픽이 ‘신냉전’의 상징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의 불확실한 태도는 갈등을 키우고 있다. IOC 대변인은 이날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IOC는 각국 정부의 순수한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올림픽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에서 역설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이야기 한 셈이다.

IOC는 원죄를 안고 있다. 2022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할 당시 IOC는 국력이 약한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대신 안정적인 개최를 보장받을 수 있는 베이징을 선택했다. 인권 논란이 여전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불과 14년 만에 다시 중국에 올림픽을 선사한 IOC의 결정은 이번 정치적 격랑 속에서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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