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의 과학풍경] 지구를 생각하는 '건강 식단'

한겨레 2021. 12. 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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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소의 트림과 방귀가 온실가스 문제를 일으킨다는 과학 뉴스는 다소 뜬금없는 경고처럼 들렸다.

<랜싯> 논문에는 16개국 37명의 식품·농업·환경과학·사회과학 연구자들이 참여했는데, 당시 연구진이 제시한 '지구 행성 건강 식단'은 하루 2500㎉를 섭취하는 어른을 기준으로 삼아 육식을 대폭 줄이고(붉은 고기는 1주일에 100그램), 콩·과일·곡물 같은 채식을 늘리도록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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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의 과학풍경]

오철우ㅣ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10년 전만 해도 소의 트림과 방귀가 온실가스 문제를 일으킨다는 과학 뉴스는 다소 뜬금없는 경고처럼 들렸다. 하지만 많은 연구는 사정의 심각함을 보여준다. 식용으로 키우는 약 10억마리의 소가 내뿜는 메탄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나 된다고 한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사육과 재배 분야는 19%를 차지하는데, 이는 제조 분야(31%)보다 낮지만 교통·운송 분야(16%)보다 높다.(<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점점 커지는 지구 먹거리 체계는 지구 환경에 점점 큰 부담이 된다.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가 기획보도에서 ‘사람과 행성을 위한 건강 식단’을 주제로 삼은 각지의 여러 연구 활동을 전했다. 8억명이 영양 결핍인 지구촌 사람들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함께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식단과 먹거리 체계’ 연구는 2019년 의학저널 <랜싯>에 한 논문이 실린 이후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랜싯> 논문에는 16개국 37명의 식품·농업·환경과학·사회과학 연구자들이 참여했는데, 당시 연구진이 제시한 ‘지구 행성 건강 식단’은 하루 2500㎉를 섭취하는 어른을 기준으로 삼아 육식을 대폭 줄이고(붉은 고기는 1주일에 100그램), 콩·과일·곡물 같은 채식을 늘리도록 구성됐다. 식단의 문제의식은 이랬다. 인구는 계속 늘고 더 많은 사람이 육식을 즐긴다면 2050년 무렵 100억명 시대에 지구 먹거리 체계는 물론이고 지구 환경 자체가 버틸 수 있을까? 연구진은 생태계를 더 파괴하지 않으면서 100억명의 건강을 유지하려면 이런 식단 선택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네이처> 보도는 영양과 환경을 함께 지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식단을 찾으려는 여러 연구 사례를 소개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이런 움직임에 참여했다. 먹거리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과정을 살피고, 영양소를 따져보며 경제와 문화, 환경을 고려해 맞춤한 식단을 찾는다. 학교 급식에서도 건강과 환경을 위한 시도가 이어진다. 물론 식단에서 음식 쓰레기 줄이기는 아주 중요한 문제로 다뤄진다. 얼마 전 우리말로 출간된 프랑스 탐사보도 언론인의 책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도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 식단의 지속가능성을 다시 생각하자는 제안은 진지하지만, 사실 개인의 식생활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이에게 나의 식탁과 지구 환경은 여전히 너무 먼 두 가지 일처럼 느껴진다. 개인의 실천을 자연스럽게 끌어낼 만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논의가 더욱 필요하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이냐는 건강만이 아니라 지구 환경 차원의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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