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깊어지는데..中 추켜세우는 머스크, 왜?

장영은 2021. 12. 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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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美행정부 전기차 세제안 비판하며 中 추켜세워
바이든 정부와는 불협화음..중국과는 '순망치환'
'올림픽 보이콧'으로 미중 갈등 고조 속 이목 쏠려

[이데일리 장영은 김무연 기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자국인 미국 정부에는 날 세운 비판을 서슴지 않으면서 중국은 추켜세우고 있다.

평소에도 직설적인 화법과 돌발 발언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어온 머스크지만, 최근 미·중간 대립이 단순한 견제를 넘어 신냉전 시대로 일컬어질 만큼 악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유독 ‘튀는’ 것이다.

(사진= AFP)

바이든에 “전기차지원법 다 버려라”…中 향해선 “존재감 드러낼 때”

6일(현지시간) 머스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CEO 협의회(CEO Council Summit)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법안을 저격하는 한편, 중국에 대해서는 강대국으로서의 지위에 적응해 가고 있다며 추켜세웠다.

머스크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세금 공제안을) 나라면 다 버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1조7000억달러(약 2068조325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 지출 법안’에 담긴 전기차 지원 방안을 겨냥한 것이다. 이 법안은 노조가 결성된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4500달러(약 531만5000만원),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경우 500달러(약 59만원)를 추가 공제하는 혜택을 담고 있다. 무노조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테슬라는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어 그는 정부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지원도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1조2000억달러(약 1417조3200억원)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에는 전기 자동차 충전소 확대를 위한 예산 75억달러(약 8조8568억원)가 배정됐다. 머스크는 “우리에게 충전소 지원은 필요치 않다”며 “(법안을)지워 버려라”라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중국 정부에 대해서는 태세를 전환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중국의 많은 관료들은 (과거) 자국이 작은 경제 규모 때문에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보며 자라왔다”라면서 “그들은 중국이 시장에서 존재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아직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 대국으로서의 지위를 갖췄으며, 그에 맞는 힘과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어떻게든 중국을 따돌리려 애쓰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머스크 CEO가 지난 2020년 상하이 제1공장에서 만든 테슬라 모델3를 처음으로 고객에게 인도하는 행사에서 어린이에게 말을 걸고 있다. (사진= AFP)

美 정부와는 ‘불협화음’ 中과는 ‘순망치한’

미·중은 지난달 정상회담(화상)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경제 분야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 패권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양측 기업에 대한 공식·비공식적인 견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날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하면서 총성 없는 전쟁의 신호탄을 날리기도 했다.

국가간 정치적인 대립이 심화될 때 기업은 통상 자세를 낮추고 상황을 주시하기 마련이다. 자칫 정치적인 논리에 휩쓸려 기업 이익에 해가 될까 우려해서다.

머스크가 민감한 상황에서 자국에 날을 세우고 중국을 옹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정치권과의 ‘불협화음’ 때문이란 분석이다. 노동자를 옹호하고 사회적 불평등 완화 등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민주당이 대기업 CEO인 머스크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복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머스크 등의 부호를 겨냥해 ‘억만장자세’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 8월 전기차 업계 간담회 때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CEO인 머스크를 초청하지 않았다. 외신들은 친(親)노조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는 테슬라를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중국과는 ‘순망치한’ 관계다. 테슬라 차량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중국 시장은 올해 테슬라 해외 매출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테슬라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 제2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테슬라가 현지 기술자들을 교육시키고 뒤처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을 육성하는 대가로 △저렴한 임대료 △저금리 대출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당국자를 인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머스크를 어떤 국가에도 정치적으로 충성하지 않는 기술 유토피아를 꿈꾸는 기업가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와 중국 당국의 밀월관계가 이해 관계에 따른 것으며, 중국 정부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데이터와 기술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진= AFP)

中정부로부터 ‘뒤통수’ 맞을 가능성도 제기

현재는 테슬라와 중국이 밀월에 가까운 긴밀한 관계처럼 보이지만, 언제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테슬라의 중국 사업 환경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 현지 업체들은 당국이 테슬라에 특혜를 주는 것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고, 운전자와 중국 당국으로부터는 차량 품질에 대한 비난을 받고 있다. 기술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규모 단속에도 휘말려 있다.

특히 중국인을 상대로 수집한 모든 정보통신(IT) 데이터를 당국에 제출하도록 한 법은 데이터 약탈의 빌미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중국 내에서 운행되는 테슬라 전기차가 수집한 통행기록 등의 데이터와 이 데이터를 활용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정보가 모두 중국 정부 손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WSJ는 “중국은 테슬라의 자동차 운행 데이터 활용 기술과 세계 최고의 자율주행 기술을 전부 빼내는 노림수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테슬라의 정보와 기술력을 가로채 자국 업체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영은 (bluera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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