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방지' 공감했던 미·중, '외교적 보이콧'으로 '격랑' 불가피
유엔서 中규탄 성명 참여한 43개국 보이콧 동조 여부 등 주목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미국이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 지역에 대한 인권 탄압을 명분으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선수들만 참여하고 공식 외교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중국은 즉각 미국의 참석 여부는 올림픽 개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일축했다. 특히 미국이 독단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단호하게 반격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제재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2022년 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G2인 미국과 중국이 동계올림픽을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정례 브리핑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보이콧을 할 것이라는 관련 보도에 대해 "미국 정치인들이 초대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외교적 보이콧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올림픽 헌장의 정신을 더럽히는 정치적 도발"이라며 "14억 중국인에 대한 모독이며 중국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미국 정치인들의 반중 본질과 허구만 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이 해야 할 일은 더 단합된 올림픽 정신을 실천하고 이른바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이라는 선전을 중단해 중요 영역에 대한 양국의 대화와 협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자기 고집대로만 한다면 중국은 단호하게 반격(countermeasures)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7일 브리핑에서도 "중요한 영역에 대한 양국의 대화와 협력에 해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은 실수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중국은 구체적인 반격 조치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직 미국의 보이콧 움직에 동조하는 공식적인 동맹국의 움직임이 없는 만큼 일단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칫 지나치게 반발할 경우 생길 수 있는 국제 사회의 우려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가 지적한 양국의 대화와 협력은 앞서 지난달 16일 이뤄진 미·중 정상회담과 이후 이뤄진 양국 협력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 경제와 무역 문제를 정치화해서는 안된다며 중국은 미국 재계의 중국 방문시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요구를 중시하고 있으며 이미 업그레이드된 '패스트트랙'을 실시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올림픽 보이콧으로 양국간 관계가 악화되면 미국 경제인들의 신속 입국 조치 등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이 인플레이션 압박에 국제유가를 잡기 위해 중국과 손잡고 전략적 비축유(SPR) 방출 공조에 나선 것 역시 무산 혹은 축소될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백악관은 지난 23일 바이든 대통령의 공조 요청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인도, 일본, 영국 등이 비축유 방출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사건건 부딪혀 온 양국이 정상회담 이후 이례적인 협력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 미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 수입 지연 및 관세 부과 등 조치도 예상된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5월 신장 위구르 문제와 대만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비판한 호주에 대한 대대적인 무역 보복 조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중국은 호주산 보리에 80.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호주산 석탄 등도 금지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10년 중국과 일본 간의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금지라는 경제적 조치로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정상회담 당시 양국 정상은 Δ 기후 위기가 세계에 미치는 실존적 성격과 미중의 역할 Δ글로벌 에너지 공급을 해결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중요성 Δ북한, 아프가니스탄, 이란을 비롯한 지역에서 주요 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만큼 이들 영역에 대한 협력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보이콧 선언에 따라 동맹국의 보이콧 동참 여부 역시 주목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 결정에 따른 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의 인권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동맹국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전망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동맹국의 보이콧 참여 여부에 대해 "우리는 우리의 결정을 그들에게 알렸고, 그들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신장 자치구의 집단 학살과 반도인적 범죄, 기타 인권 침해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인권을 옹호하는 것은 미국인의 DNA'라고 말했듯이 우리는 단순히 그렇게(올림픽 참석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뉴질랜드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 입장을 밝혔다. 그랜드 로버트슨 부총리는 이미 지난달 중국측에 이와 같은 뜻을 전달했다며 미국의 보이콧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보이콧 동조국은 지난 10월 프랑스가 유엔에서 발표한 신장 위구르 지역에 대한 인권 탄압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에 참여한 43개국이다.
이들 국가는 미국을 비롯해 Δ알바니아 Δ호주 Δ오스트리아 Δ벨기에 Δ불가리아Δ캐나다 Δ크로아티아 Δ체코 Δ덴마크 Δ에스토니아 Δ에스와티니 Δ핀란드 Δ독일 Δ온두라스 Δ아이슬란드 Δ아일랜드 Δ이탈리아 Δ일본 Δ라트비아 Δ라이베리아 Δ리히텐슈타인 Δ리투아니아 Δ룩셈부르크 Δ마샬 군도 Δ모나코 Δ몬테네그로 Δ나우루 Δ네덜란드 Δ뉴질랜드 Δ북마케도니아 Δ노르웨이Δ팔라우 Δ폴란드 Δ포르투갈 Δ산마리노 Δ슬로바키아 Δ슬로베니아 Δ스페인 Δ스웨덴 Δ영국 Δ터키 Δ프랑스 등이다.
다만 이들 국가 중 상당 수는 중국과 경제·무역 등 관계로 얽혀 있어 보이콧에 모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일본과 호주, 캐나다 등은 아직 보이콧과 관련 결정된 바 없다는 밝히기도 했다. 이중 호주와 일본은 미국과 함께 반중국 성격의 쿼드 당사국이기도 하다.
또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은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일방적으로 미국의 입장을 따를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이와 함께 동계올림픽은 전통적으로 선진국이 강세를 보인 만큼 이들 43개국이 동계올림픽 보이콧 선언 동참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비록 선수단을 파견하고 외교 사절단은 보내지 않은 외교적 보이콧이지만 선수들의 사기와 함께 올림픽 열기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의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소련(현 러시아)이 1980년 미국의 모스크바 하계올림픽 보이콧에 대응해 1984년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 보이콧을 주도했지만 다수의 스포츠 강국이 참여해 그 영향이 희석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선진국들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만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들과 보이콧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이 중복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당시 중국의 위구르 지역에 대한 이동 제한 자제를 요구하는 성명에 참여한 22개국과 미국등 총 23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전체 307개 메달 가운데 76%를 차지했다.
미국이 선수 불참이라는 전면 보이콧이 아닌 외교적 보이콧을 선택한 것 역시 이같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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