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면전서 직격한 서울대 학생 "반대 많다고 공약 철회? 연금개혁 하겠나"

방재혁 기자 2021. 12. 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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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기재부 성골의 요람' 서울대 경제학부 강연
"'경제는 과학'은 오해.. '경제는 정치'"
"기재부, 근본적으로 의견 달라 충돌"
날카로운 질문과 비판 세례에
"질문 수준이 높아서 엄청 힘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하면서 학생들에게 날카로운 질문과 비판 세례를 받고 “질문 수준이 높아서 엄청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경제는 과학이라는 오해가 있다. 사실 경제는 정치”, “(나와) 기획재정부가 근본적으로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충돌하는 모습이 벌어진다”는 등의 주장은 주저하지 않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경제학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 후 수강생들과 경제 현안에 대한 문답을 주고 받았다. 당초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1시간으로 예정됐던 이 후보의 강연은 40분을 초과해 11시 40분쯤 끝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청년살롱 이재명의 경제이야기' 경제정책 기조와 철학을 주제로 학생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이에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로, 세상 사람이 어떻게 잘 살 수 있을지 연구하는 학문”이라면서 “일부 경제는 과학이라는 오해가 있다. 사실 경제는 정치”라고 말하며 자신의 경제 철학을 소개했다.

이 후보는 “경제정책이란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가 여러 권력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다. 객관적 상황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저와) 기획재정부가 근본적으로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충돌하는 모습이 벌어진다”고도 했다.

이 후보가 기재부 ‘성골’의 요람으로도 불리는 서울대 경제학부에 가서 기재부를 저격한 모양새다. 역대 기재부 고위공직자 중에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인사들이 타 대학 및 학과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2월 기준으로 기재부 국장급 이상 간부 46명중 17명이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 후보의 정책·공약에 대해 거침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이날 초청 강연을 기획한 서정희 교수도 이 후보의 강연에 앞서 “좋은 질문 한 사람에게 학점상 인센티브를 주는데, 오늘 인센티브는 ‘묻고 더블’이다. 미디어에 기사화되는 질문을 하면 ‘따따블’”이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날 이 후보를 향한 질문 중에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이나 국토보유세를 이야기했다가 반대 여론이 높아지니 철회했는데, 꼭 필요한 정책이 아니었거나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포퓰리즘 차원에서 대선 표를 얻기 위해 제안한 것 아닌가”라면서 “반대 여론 높다고 공약을 철회한 것이라면 국민 여론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익을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연금개혁 등의 과제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나”라는 것도 있었다.

이에 이 후보는 “아픈 지적일 수 있다”면서도 “전제가 달라 크게 아프진 않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정책을) 철회한 일이 없고, 기본적 원리를 말한 것”이라며 관련 답변을 했다.

또다른 학생의 “기본금융 정책을 이야기할 때 (경기도의) 채무 탕감 사례를 이야기 했는데, 사후적 정책 효과가 증명됐나”라는 물음에 이 후보는 “시행한지 2년밖에 안돼 검증은 현재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밖에 “경제가 과학이 아니라고 하는데,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은 객관적이어야 하지 않나”,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는데, 이 후보는 미국쪽인가 중국쪽인가”, “성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취임후 경기도의 성장률이 지속 감소하지 않았나”, “국토보유세, 토지이익배당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세금이 임차인에게 전가되지 않아야 하는데, 연구결과를 보면 일부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부분도 많다. 이를 통해 소득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지 의문”, “저신용자를 정부가 지원하면 신용이 높은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거나 근로 의욕이 줄면서 오히려 저신용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등의 질문도 나왔다.

이처럼 날카로운 질문과 비판이 이어지자 이 후보는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들 수준이 높아서 엄청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 후보는 수강생들에게 누구에게나 최대 1000만원을 장기 저리로 대출해준다는 ‘기본금융’ 공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불법사채’의 피해자를 거론하고 “여러분들은 이런 것을 안 겪을 만큼 형편이 좋을지 모르겠다”며 “서울대 경제학부 정도 다니고, 대개 좋은 대학 간 부모들은 잘 살기 때문에, 연 2%대 우대금리로 은행서 돈 빌리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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