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데 가계대출 많이 못 파는 은행들..기업대출 늘리고 자산관리 강화한다

박효재 기자 2021. 12. 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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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창구. 연합뉴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진입하면서 증시 등에 몰렸던 자금이 최근 다시 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은행으로서는 유리한 환경이지만 정부가 내년에도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 목표치를 4~5%대로 제시하면서 가계대출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을 늘리고, 고액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와 대체투자상품 판매를 강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7일 은행권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 확대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수도권 기업금융센터를 현재 49개소에서 내년 65개소로 늘리고, 기업금융점포에는 일정 한도 내에서 우대금리 혜택을 자동 승인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상품에 더해 상권분석 서비스, 경영컨설팅, 기업 구매대행(MRO)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NH기업스마트뱅킹도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제조업·정보통신업 등 중소법인 중심으로 대출영업을 강화하고,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서대출 공급 확대 등 코로나 피해 영세 소상공인 지원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기업고객을 적극 유치하고 기업대출 시장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적극 나서는 이유에는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보다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꼽힌다. 지난달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84조2653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5724억원(3.15%) 늘었다. 기업대출 증가폭이 2조원을 넘긴 것은 올해 처음이고 1년6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최근 시장금리 급등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기업대출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 금리는 AA 3년물 기준 지난달 2.58%를 기록했는데, 연초 대비 1.28%포인트 오른 것으로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업계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이미 기업금융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고, 기업금융 전문인력 육성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 압구정 플래그십 PB센터 조감도. KB금융그룹 제공

은행들의 고액 자산가 유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내년 7월 개설을 목표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7층 규모의 압구정 플래그십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짓고 있다. 센터 내에 상주하는 세무·법률·부동산 전문가들이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종합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기업가 대상으로 가업 승계를 위한 회계·법률·세무 상담에 기부 등 공익활동 컨설팅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를 구현해 초고액 자산가 유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내년 중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초고액 자산가 대상 마케팅 전담 조직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은 다양한 대체투자상품 판매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인 투자 상품이 아닌 다른 대상에 투자하는 상품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차기 KB국민은행장으로 추천된 이재근 현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은 지난 2일 “내년에는 가계대출보다는 자본시장이나 자산관리, 기업대출 등에서 어떻게 잘 성장해나갈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성과가 우수한 해외운용사와 제휴를 통해 외화자산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포스트 코로나 수혜 예상 테마, 환경 테마 상품 등 장기투자가 적합한 상품을 발굴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내년도 각국의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빨리 긴축으로 돌아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고, 새로운 투자상품의 경우 위험도 높아 은행들이 목표한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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