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생연금, 76년 전 강제징용 기록 발뺌하다 '인정'했지만..

김용희 2021. 12. 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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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없다고 발뺌하던 일본정부가 일본 중의원 지적을 받고서야 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 후생연금 가입 사실을 인정했다.

피해자들은 일본 지원단체를 통해 올해 6월 일본연금기구에 후생연금 가입기록 조회를 요청했으나 "기록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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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현재가치 산정, 한국인은 당시 가치만 '99엔'
강제노역 생존 피해자 "억울해서라도 받으러 가겠다"
7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지원단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광주광역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연금기구의 후생연금 기록 은폐를 규탄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기록이 없다고 발뺌하던 일본정부가 일본 중의원 지적을 받고서야 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 후생연금 가입 사실을 인정했다. 피해자 지원단체는 “이번에도 탈퇴수당으로 99엔(한국돈 1000원)을 지급할 거냐”며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시민단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근로정신대 시민모임)과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7일 광주광역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일본연금기구가 정신영(91) 할머니의 후생연금(직장인 연금) 가입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1944∼45년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린 정 할머니는 지난해 1월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과 함께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미쓰비시쪽은 법정에서 강제동원 기록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피해자들은 일본 지원단체를 통해 올해 6월 일본연금기구에 후생연금 가입기록 조회를 요청했으나 “기록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어 연금번호를 간직하고 있던 정 할머니와 지원단체는 일본 모토무라 노부코 중의원 의원에게 도움을 청했고, 모토무라 의원은 8월 후생노동성에 재조사를 요구했다. 두달 뒤 후생노동성은 모토무라 의원에게 “전쟁 때 후생연금 피보험 명부를 소실했다. ‘피보험자 기록 회복기준 사무 취급 요령’에 따라 정씨의 후생연금 가입을 인정한다”고 회신했다. 정 할머니의 후생연금 가입 기간은 11개월이었다.

7일 정신영 할머니가 공개한 1944년 9월께 일본 나고야에서 찍은 전남 나주 출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단체 사진. 왼쪽 붉은 원은 정 할머니, 오른쪽 붉은 원은 양금덕 할머니이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피해자 지원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정 할머니와 일본에서 함께 일했던 양금덕(92) 할머니의 사례를 봤을 때 정 할머니의 연금 탈퇴 수당도 99엔으로 예상한다. 일본연금기구는 이마저도 수령 절차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 2014년 김재림(91) 할머니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은 대리인 계좌를 통해 199엔을 받은 적이 있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대표는 “일본연금기구는 정 할머니에게 후생연금 탈퇴 수당을 직접 받으러 오라는 태도를 보인다. 일본인이나 재일동포에게는 화폐가치 변동을 고려해 지급하지만 유독 한국인에게만 76년 전 액면가로 지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 할머니는 “일본에서 도난카이 대지진으로 친구들이 죽고, 폭격기가 날아올 때마다 숨어서 벌벌 떨던 기억이 난다. 배가 고파 쓰레기통에서 밥을 주워 먹고 바닷가에서 울기도 했다. 억울해서라도 일본으로 돈을 받으러 가겠다”고 말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일본 정부는 사죄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냐. 국민과 언론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광주·전남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7명은 2019년 4월과 지난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광주지법에 미쓰비시 등 전범기업 11곳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중 미쓰비시중공업(원고 16명)과 스미세키 홀딩스(전 스미토모 광업, 8명)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원고 기업들은 강제동원 기록이 없고 1965년 한·일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으며 청구권 소멸 시효도 지났다고 주장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왼쪽)과 정신영 할머니가 7일 광주광역시의회에서 만나 76년 전 일본에서 찍은 단체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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