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은 김용균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

박태우 2021. 12. 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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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대전지법 서산지원 앞에서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었다.

죽음의 원인은 모르겠고, 죽음의 책임은 김용균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그런 재판에서 공공기관이 대형로펌을 위시해 김용균이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작업현장은 안전했다고 말하는 것은 과연 온당한가.

정문 앞에 서있는 김용균에게, 서부발전은 무엇이라 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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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현장에서]
7일 오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작업 도중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3주기 추모제가 충남 태안군 원북변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열려,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아들의 추모 조형물을 끌어안고 있다. 태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달 23일 대전지법 서산지원 앞에서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었다. 지역 주민으로 보이는 분이 기자에게 물었다. “지금 뭐 때문에 데모하는 건가요?” “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사고가 있었잖아요. 오늘 그 재판이 열리거든요.”라고 답하자,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아 그래요? 그게 벌써 몇 년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안 끝났나보네요.”

태안석탄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 김용균씨(이하 김용균)가 숨진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서부발전·한국발전기술 임직원들의 형사재판은 1심도 끝나지 않았다. 김용균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미친 파장은 매우 컸지만, 재판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무관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피고인’인 원청 한국서부발전 임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7일 오후 김용균씨의 3주기 추모제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열렸다.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맨 앞줄 셋째)와 참가자들이 추모제를 마친 뒤 발전소 내 사고현장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태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원청 임직원들과 서부발전 법인을 변호하는 법무법인은 굴지의 대형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이다. 태평양이 세운 변론전략은 ‘김용균이 왜 죽었는지 모른다’ ‘작업환경은 안전했다’ ‘위험하게 일하는지 몰랐다’ ‘그렇게 하라고 시킨적 없다’로 요약된다. 그래야 원청의 책임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피고인 신문에서 ‘김용균의 사망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고, 원청 관계자들의 “저도 궁금해 미칠 지경”과 같은 답변이 나오고 있다. “김용균이 열심히 하려고 한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서(위험하게 일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같은 말도 나왔다. 죽음의 원인은 모르겠고, 죽음의 책임은 김용균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이러한 원청 임직원들의 진술은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대표와 사고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동료들의 마음을 더욱 헤집어 놓았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재판 피고인에는 공공기관인 서부발전 ‘법인’도 포함돼 있다. 대통령이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국무총리 주관 아래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권고안을 만들고, 당정이 대책을 발표했던 사건이다. 그런 재판에서 공공기관이 대형로펌을 위시해 김용균이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작업현장은 안전했다고 말하는 것은 과연 온당한가.

지난 4월 태안화력발전소 정문 앞에 김용균의 추모조형물이 조성됐다. 7일 열린 3주기 추모제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정문 앞에 서있는 김용균에게, 서부발전은 무엇이라 말할 것인가.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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