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연속 KS행의 명암..갈림길 속의 두산표 '화수분 야구'

안승호 기자 2021. 12. 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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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와일드카드 매치에서 키움을 잡은 뒤 하이파이브를 하는 두산 선수들. 정지윤 선임기자


두산이 위대했던 건 대단한 외부 영입 없이 2015년 이후 한국시리즈에 7년 연속 오를 만큼 강한 전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2015시즌을 앞두고 FA 투수 장원준을 영입한 뒤로 FA 시장에 다시 나가지 않았다. 특히 야수진을 놓고는 바깥 세상을 쳐다볼 이유가 없었다.

대부분 구단이 꿈꾸는 이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2015년 김태형 감독이 두산 지휘봉을 잡은 것을 기점으로 판갈이를 시작한 야수진은 한번 골격을 형성한 뒤로는 흔들림 없이 우승 횟수를 쌓아올렸다. 그 즈음 차례로 주전 자리를 꿰찬 멤버들은 거의 내부에서 성장한 얼굴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두 해 사이로는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힘이 미약해졌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치고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2015년 이후 완벽한 통합 우승을 달성한 2016년. 그해 11월2일 NC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라인업은 박건우(우익수)와 오재원(2루수)의 테이블세터진으로시작됐다. 3번 민병헌(우익수)과 4번 김재환(좌익수), 5번 에반스(지명타자)가 중심타선으로 이어간 가운데 6번 오재일(1루수)과 7번 양의지(포수), 8번 허경민(3루수), 9번 김재호(유격수)가 뒤를 받쳤다,

트레이드 이력이 있는 오재일과 외국인선수 에반스를 제외하면 모든 선수들이 구단 내부 육성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었다. 두산 야구에 ‘화수분’이라는 수식어는 흔히 붙는 미사여구와는 달랐다.

지금은 또 한번의 큰 변곡점이다. 김태형 감독과 함께 라인업 가운데 올해 1군에서 확실한 주전으로 뛴 선수는 지난해 말 FA로 잔류한 허경민과 정수빈 그리고 이번 겨울 FA 시장에 나온 김재환과 박건우 뿐이다.

두산은 빈 자리를 과거 같은 내부 성장력으로 메우지 못했다. 포수 박세혁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고, 외야수 김인태가 주전과 백업을 경계를 오가며 입지를 넓힌 정도다. 지난 가을 ‘미러클 깃발’을 내걸고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동안 FA 보상 또는 트레이드로 보강한 선수들이 주로 화제에 오른 것도 예전 만큼 대체자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LG에서 트레이드로 당겨온 양석환이 새 1루수 자리에서 잿팟을 터뜨렸지만, 그 배경은 앞서 시도했던 새 1루수 육성이 순조롭지 않았던 탓이기도 했다. 유격수에 삼성 출신 박계범, 2루수에 LG와 SK를 거친 강승호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도 사실 전통의 두산다운 흐름은 아니었다.

한국시리즈 7년 연속에 오른 것은 주력선수들이 야구를 잘 했기에 가능할 일이었다. 주전선수들 모두가 FA 시장에 나가면 금값이 될 만큼 야구를 잘 한 덕분에 팀이 성적을 냈지만, 그런 이유로 내부 경쟁은 전에 비해 미약했다.

2군 자원이 이전만 못한 것도 있다. ‘프런트계’의 김응용으로 통하는 김태룡 두산 단장은 이번 시즌으로 접어들며 “우리 2군 자원이 전만 못하다”며 LG를 비롯한 다른 구단의 뎁스에 밀리고 있는 흐름을 전했다.

두산은 갈림길에 있다. 2016년 이후로 조성됐던 야수 라인업이 급변기를 맞고 있다. 임시 변통하듯 외부 영입으로 잘 버텨왔지만, 리그의 강자 자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

이미 1군 선수로는 자리를 잡은 신인 내야수 안재석이 가장 앞서 보이지만 과거 만큼 여럿이 경쟁하는 구성이나 분위기는 아니다. 단순히 선수 몇몇의 숫자 문제만은 아니다. 과거 두산 야수들의 동물적 경쟁력을 보인 것은 사실 내부의 치열함 덕분이었다. 그것을 잃는다면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화수분 야구’의 정체성만 놓고 보면 향후 1~2년이 두산에는 큰 갈림길로 보이는 이유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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