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채권 파킹거래는 업무상 배임"

홍혜진 2021. 12. 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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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 등 20명 유죄
대법원 [매경DB]
'채권 파킹(parking) 거래'를 하다가 투자자들에게 10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과거 증권가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손실 보전을 수반한 채권 파킹 거래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전 ING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 A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700만원, 추징금 1억3108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펀드매니저 B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증권사 채권 브로커들에게는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이른바 '채권 파킹 거래'를 하다가 발생한 증권사 손실을 기관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에 맡긴 돈으로 보전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A씨와 B씨가 중개 증권사를 통해 운용 한도 이상으로 채권을 매수한 상황에서 채권 금리가 급등(채권 가격 급락)해 증권사에 손실이 발생했다. A씨와 B씨는 증권사에서 채권을 시가보다 비싸게 매수하거나 싸게 매도하는 등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해줘 투자 일임 재산에 113억원 상당의 손실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채권 파킹 거래'란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이 자신이 속한 운용사가 아닌 증권사 명의로 채권을 매수하도록 구두로 요청한 뒤 나중에 결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방법을 통해 운용 한도 이상으로 채권을 거래할 수 있어 금리가 떨어질 때는 자산운용사와 채권을 중개한 증권사 모두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금리 상승기엔 손실도 불어난다.

투자자와 자산운용사 사이의 일임 계약을 위반한 행위이지만 금리 하락기에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 과거에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1심 재판부는 손실 보전 거래가 수반된 채권 파킹 거래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며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3년,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채권 파킹 거래의 동기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데 있다고 해도 이 거래는 투자 일임 계약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며 "채권 파킹 거래로 증권사에 발생한 손실을 투자 일임 재산으로 보전한 행위는 투자자에 대한 업무상 임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심도 A씨 등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이 사건의 채권 파킹 거래 행위가 기소되기 전에는 채권 파킹 거래 자체가 처벌받은 전례가 없어 피고인들이 이에 대한 경각심이 없었던 점을 참작해 A씨와 B씨의 형을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낮췄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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