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초기 전환사채 발행기업 주가 하락 우려 나와..일부 소액주주 반발

정해용 기자 2021. 12. 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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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1년 미만 기업 10%, CB·BW 발행
사채발행 통한 추가 자금조달에 일부 주주 반발
기업 경영 자율권 보장돼야 한다는 반론도 있어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 상장 초기 기업들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형 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주가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CB 등의 발행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채권발행은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기업 경영권의 일종이기 때문에 경영진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CB는 발행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다. BW도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회사채다. CB나 BW를 주식형 사채라고 하는데 보통 유상증자 등이 성공하기 어려운 소규모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다.

그런데 이런 주식형 사채를 발행하면 회사가 자금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셈이라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 CB 등이 신규 주식으로 전환될 때는 전환된 신주가 시장에서 대량 매도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기도 한다.

이 탓에 일부 소액주주들은 주식형 사채 발행에 반발하는 것이다. 다만 사채 발행은 기업 경영진 자금 조달의 한 방법이기에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이 금융투자업계의 주된 의견이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114개(스팩‧리츠 제외)다. 이 중 CB를 발행한 기업은 12곳, BW를 발행한 곳은 2곳이다. 신규 상장 기업의 12.2%는 1년 안에 CB나 BW를 발행했다.

빅데이터 광고 플랫폼 기업 와이더플래닛(321820)‧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각각 2월 3일 상장), 반도체 부품 기업 샘씨엔에스(252990)(5월 20일 상장) 등이 CB를 발행했다. 광고 플랫폼 기업 와이더플래닛(321820)(2월 3일 상장)과 배터리 소재기업 엔켐(11월 1일 상장)은 BW를 발행했다.

상장 초기에 주식형 사채를 발행한 기업 중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기업도 있다. 지난 3월 24일 상장한 디지털 헬스 플랫폼 기업 라이프시맨틱스(347700)는 공모가가 1만2500원이었고, 지난 8월 4일 장중 1만7150원까지 주가가 올랐다. 그러나 지난 6일 종가 기준으로 1만600원까지 주가가 내렸다. 11월 29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45억원 규모의 CB발행을 결정했다.

지속적인 주식형 사채 발행에 대해 소액주주들이 집단 반발하는 기업도 있다. 지난 2018년 7월 12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제약사 아이큐어(175250)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말 성명서를 내고 최대주주인 최영권 대표를 비판했다. 상장 후 CB발행이 계속됐고 발행된 CB가 신주로 전환되면서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아이큐어 소액주주연대와 거래소에 따르면 아이큐어는 상장 후 3차례에 걸쳐 9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상장 전 발행한 CB까지 포함하면 전체 발행 규모는 1050억원 규모다. 이 중 2019년 발행된 일부 CB는 지난 10월 전환권이 행사돼 1주당 2만4899원에 주식으로 전환돼 30만1216주가 11월 15일 신규 상장됐다.

소액주주연대는 성명서에서 “아이큐어는 상장된 지 3년이 조금 지났으나 지금 CB를 벌써 4회차 발행했다”며 “(주주의) 집집마다 회사 관계자들이 찾아와 백신 사업을 위해 꼭 필요한 자금이라며 전환사채 한도를 증액하는데 동의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시에는 CB 자금 사용 내역서 어느 곳에서도 백신 사업 용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은현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CB, BW를 발행하고 주식전환 행사로 신주를 계속 상장시키는 일을 반복하는 기업들이 있다”며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게 하는 행위 같다”고 말했다.

반면 사채 발행은 경영의 영역이기에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임원은 “BW나 CB의 발행은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가 아닌데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라며 “물론 사채 발행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 신주로 전환될 때 매도 물량이 풀리면서 수급에 부담을 줘 주가가 내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영향은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채를 발행하는 것도 기업의 정당한 자금조달의 방식이기에 존중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B나 BW처럼 기업 주요 주주 지분율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채권을 발행할 때는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목적인지, 아니면 신사업 확장 등을 위한 목적인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기존 주주와 현재의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신중히 판단해서 발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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