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 "스냅백 활용 제재 완화" vs 윤·안 "비핵화 조치가 우선" [대선후보가 본 종전선언]

박현주 2021. 12.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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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두 겹으로 조건을 걸었다. 만나서 종전선언을 논의하려면 우선 제재 해제 및 연합훈련 중단이 이뤄져야 하고, 논의를 하더라도 실제 종전선언에 합의하려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을 철폐하라는 것이다.

이에 중앙일보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에 걸쳐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힘ㆍ정의당ㆍ국민의당 등 여야 4당 대선 캠프에 정책 질의서를 보내 북한이 제기한 종전선언의 선결 조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번 정책질의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대선 예비후보자 18명 중 지난달 28일 발표한 중앙일보 여론조사(엠브리엔퍼블릭에 의뢰,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5%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한 후보에게 요청했다.
대선후보 4인, 北 ‘종전선언 요구조건’ 평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①제재 완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조건부로 일부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제재완화 등의 조치를 단계적으로 동시 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북한이 만약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Snapbackㆍ조건부 제재완화)”을 이미 비핵화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고도 설명했다.

심 후보 또한 “북한의 핵무장 강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핵 활동 동결과 대북제재 완화를 교환해야 한다”며 “이를 단계적, 병행적으로 추진하되 스냅백 등 유연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북한의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스냅백에 대한 회의적 의견도 나왔다.

윤 후보는 “대북 제재, 특히 유엔 안보리 제재는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이 함부로 완화 또는 해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제시한 ‘스냅백’ 해법에 대해서도 “현재 미ㆍ중 및 미ㆍ러 관계를 고려할 때 한번 풀어진 제재를 유엔 안보리에서 쉽게 원상 복귀시킬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스냅백을 가동하려면 또 안보리 결의를 채택해야 한다. 윤 후보는 거부권을 지닌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경우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비핵화 진전없는 제재 완화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는 북한의 국제규범 위반에 대한 대응이므로 북한 비핵화라는 프로세스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지난 2019년 12월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유엔 제공. 연합뉴스.


②한ㆍ미 연합훈련 중단


한ㆍ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진보 진영 후보들과 보수 진영 후보들 간 의견차가 컸다.

우선 윤 후보는 “한ㆍ미 연합훈련 중단은 한ㆍ미 군사대비 태세 약화, 한ㆍ미 동맹 균열을 초래하므로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현 정부에서 훈련이 거듭 축소된 바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북한 핵 프로그램이 전속력으로 전진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상황에서 한ㆍ미 연합훈련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한ㆍ미 연합훈련은 주권국가로서 한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자위적 훈련”이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 문제가 해소되고 북한의 도발이 중단되는 상황이 온다면 상응하는 조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는 “한ㆍ미 연합훈련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각 부대의 전투준비태세를 고려해 한ㆍ미 간에 긴밀히 협의하여 결정해 나갈 사안”이라며 “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북ㆍ미 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미국과 협의해 연합훈련을 축소 및 유예했는데, 이 후보 역시 이런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는 “북한이 적대적, 위협적이라 느낄 한ㆍ미 연합훈련은 중단하고, 평화유지를 위한 방향으로 훈련의 성격 등이 전면 재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한ㆍ미연합훈련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이 시작된 날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군용트럭들이 주차된 모습. 뉴스1.


③적대시 정책 철폐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관련해 이 후보는 “우리는 그동안 북한에 대해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면서도 “북한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시 정책 철폐는 한ㆍ미의 방어적 군사훈련과 북한 핵에 대한 억제력 강화를 중단하라는 것이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한ㆍ미는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없다’고 말하지만, 북한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결국 북한이 종전선언 논의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내건 대북 제재 완화와 연합훈련 중단 문제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한ㆍ미 연합훈련은 주권국가로서 한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자위적 훈련이므로 적대시 정책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 당시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의 선결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이중기준 철폐를 요구했다. 노동신문. 뉴스1.


④이중기준 철폐


북한이 제기한 이중기준 철폐에 대해 이 후보는 “한국 정부가 북한을 향한 이중 기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북한이 요구하는 이중기준 철폐는 유엔 안보리가 철저히 금지하고 있는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실험 등을 도발로 부르지 말고 정상적 행위로 받아들이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남북 양측의 군사력 증강 행위를 언급하면서 “근본적으로는 남북이 대화는 하지 않고 모두 미사일 개발 등 군비경쟁에 매달려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북한은 국제규범인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당사자이고,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도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한국이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것을 북한에 대한 이중 기준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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