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달려온 여러분을 위한 '12월의 독서산책'

2021. 12. 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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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해가 지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12월
그 어느 때보다 숨 가쁘게 달려온 여러분을 위해 12월의 추천도서를 소개합니다.

1. [문학]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 김용택, 문학과지성사

“고요에서 태어난 바람이 온다면 / 가벼이 날아오를 수 있다 / 기다려라 마음이 간 곳으로 손이 간다”

우리는 시집을 언제 읽는가? 어떤 날 어떤 마음으로 독자들은 시를 찾게 되는 것일까.
『섬진강』이라는 시집 때문에라도 김용택은 이미 국민시인이며 충분히 유명한 작가라고 생각해왔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나는 이 시집을 밀어두려고 했는지 모른다. 그의 많은 시집처럼 쉽고 평이한 언어로 자연을 바라보며 일상의 애틋함을 노래할 거라고 짐작했고, 그런 위로와 말이 더 필요한 날에 읽어야겠다고, 그런 날은 빨리도 찾아왔다. 지치고 풀이 죽을 때는 아무리 좋아하는 소설가의 작품이라 해도 긴 시간 집중해서 읽기 어렵다. 괜찮아 괜찮아, 라고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는 손길, 아침이 오면 다시 힘을 내라고 보내는 따뜻한 눈빛 같은 것을 기대하며 시집을 펼친다. 시인은 매만지고 매만진 둥근 언어로 아픔과 절망이 지나간 자리에 ‘생활’을 세워 그것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때로는 나비로, 때로는 눈사람으로 시인의 시선은 순간이어도 生의 신비와 아름다움이 거기에 깃들어 있다는 데 나는 놀랐다. 그것도 젊고 신선한 감각으로. 그래서 나는 한 번 더 놀랐다. 이 원로(!) 시인이 언제부터 이렇게 새로운 시적 문법과 시선으로 시를 썼었지? 하고.

그는 이미 가진 언어적 포용력 외에 “새로운 말”을 찾기 시작한 듯 보인다. 이 시들을 쓰기 위해 더 생생하고 역동적인 감각을 새로 익혔을 것이다. 마치 시를 처음 배울 때처럼 설레며 어떤 떨림 속에서. 그 수년간의 결과가 모인 시집이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가 아닐까. 그 중 <나비가 날아오르는 시간>의 전문은 이렇다. 교회당 종소리가 다섯 번째 울리면 / 나는 사과밭으로 달려갈 거예요 / 그 종소리가 끝나기 전에 / 사과밭 셋째 줄 여섯 번째 나무 아래 서 있을래요 / 오세요 / 종을 여섯 번만 치고 / 그 종소리가 끝나기 전에 / 나비는 얼마나 먼 데서 달려오다가 날개를 달고 날아올랐을까요

기다리는 사람과 걸어가고 있는 사람을 이 공감각 안에서 다 보여주고 있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발문을 쓴 후배 시인의 말처럼 그가 이 얇은 시집에서 “서정시의 국경”을 넓혔다는 데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그리하여 눈 내리는 12월엔 따뜻한 불빛 아래서 이런 행을 같이 읽어도 좋겠다.

눈보라 속에 서 있는 나무들아 / 첫 문장에 오래 머물러 내 등에 / 눈이 쌓이는구나 / 평행을 이루려는 눈발의 각도를 잡아다닌다 / 눈이 쌓인다 다음 문장으로 가자

그렇다. 이제 12월이다. 다음 생활로 가자.

_조경란 위원, 소설가

2. [인문예술] 듣기의 윤리: 주체와 타자, 그리고 정의의 환대에 대하여 | 김애령, 봄날의박씨

“정의는 불가능한 경험이고, 모든 법적·제도적 실행에 동반하는 물음이다. 정의는 불가능하면서도 가능해야 하고, 현전하지 않으면서 도래해야 하고, 경험할 수 없는 경험으로 경험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인 철학자 김애령 선생은 “삶은 이야기다”라는 화두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 화두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들, 혹여 이야기를 한다 해도 그 이야기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을 건넬 수 있을까. 그들의 말,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질문을 선생은 1부에서 우선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라는 또다른 질문으로 변용한다. 선생은 폴 리쾨르와 한나 아렌트의 철학을 읽으면서 인간은 말하는 존재로서 서사적 정체성을 자신의 본질로 지니고 있다는 답변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통찰은 2부에서, 그렇다면 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타자의 말을 어떻게 들을 것인가 하는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아우슈비츠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건네는 말, 제주 4.3 사건의 피해자의 후손의 말, 서발턴(subaltern) 여성의 말을 우리는 어떻게 들을 수 있는가? 말하기는 듣기를 전제하기 때문에, 들어주는 이들이 없는 말을 하는 이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없다. 그 말들을 들을 수 없는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고찰은 결국 3부에서 정의로운 응답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김애령 선생에 따르면 정의의 문제는, 할 이야기가 있어도 말할 수 없고, 말을 한다고 해도 들어줄 사람들이 없는 이들의 말을 어떻게 들을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격조 있는 철학적 에세이가 아닌가 생각한다. 풍부한 철학적·문학적 논의를 담고 있음에도 과하지 않고, 탄탄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난해하지 않다. 교양 있는 독자들이 충분히 음미하고 즐길 수 있는 현대유럽철학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

_진태원 위원, 성공회대 연구교수

3. [사회과학]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종속적 자영업자에서 플랫폼 일자리까지 | 전혜원, 서해문집

“딸랑. 손님을 알리는 소리다. 재빨리 손님 수에 맞는 물수건과 에다 마메(枝豆)라고 하는 찐 콩을 그릇에 담아 내놓아야 한다. 보통은 미리 준비해두는 편이지만, 손님이 몰릴 땐 금방 동이 난다. 그럼 낭패다. “손님이 기다리잖아!” 점장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살아가기에 힘든 세상이다. 생계를 유지하고 품위 있게 살아가려면 일을 해야 한다. ‘화이트칼라-신중산층’이라고 부르는 공식부문 대기업 정규직 사무노동자의 노동은 전체의 일부분일 뿐이다. 기계화와 자동화로 숙련에 기반을 둔 안정된 일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과연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은 각자 어떤 장소에서 어떤 노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이 책은 기자의 예민한 눈으로 바라본 한국 노동현장의 서늘한 풍경이다. 겉보기에 버젓하지만, 실속 없이 힘만 드는 가맹점주의 노동, 고용 없는 비대면 플랫폼 노동, 네비게이션에 의존하는 지루한 택시 운전 노동, 물류 혁명에 따라 폭증한 위험천만 배송 노동, 고속도로 요금소 부스 안에서의 숨 막히는 수납 노동, 공항 보안 검색 요원의 상시지속 노동... 숙련 노동이 해체되고 언제 해고될지 모르고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롤레타리아트가 프레카리아트로 전환되고 있다. 이 책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를 외치지 않는다. 저자는 행간과 여백을 통해 조용히 묻는다. 개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무엇이며 노동법, 노사관계, 노동정책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구체적 질문 밑에는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일하고 모멸감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은 어떻게 오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_정수복 위원, 사회학자/작가

4. [자연과학]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경이롭고 매혹적인 동식물의 세계 | 송현수, MID

“수천 년에 걸쳐 찬란한 문명을 이룩한 인류는 세상을 정복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백만 종의 생물 중 하나에 불과하다. 또한 아직도 풀리지 않은 자연의 신비는 언제나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과학이란 무엇일까? 흔히 사람들은 과학을 매우 어려운 지적 활동이며, 여러 전문가가 크고 복잡한 장비가 필요한 전문 연구실에서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이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며, 그에 대한 답을 합리적으로 풀어내는 활동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의 흔한 현상들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묻는 자세이다.

개와 고양이는 어떻게 물을 마실까? 사람은 컵으로, 그릇으로 마신다. 개나 고양이처럼 물을 마시려 한다면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개와 고양이는 이를 쉽사리 해낸다. 여기에는 “유체역학”이라는 듣기에 매우 어려운 듯한 학문이 작용한다. 고양이는 초속 78cm의 속도로 혀를 뻗어 1초에 4번 물을 마신다. 이때 고양이 혀와 물 사이에 표면장력이 작용하고, 이게 중력의 힘을 이겨내어 고양이는 물을 마실 수 있다. 저명한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바로 이런 연구가 실린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데리고 고속촬영카메라를 사용하여 수행한 연구이다. 바로 이런 것이 과학의 본질이다.

이 책은 유체역학이라는 학문을 동물과 식물의 예를 들어 쉽게 풀어낸다. 즉 물과 공기와 동물과 식물에 관한 책이다. 개와 고양이뿐 아니라 꿀벌과 물고기, 식물의 씨앗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자의 냉철함과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공존한다. 저자의 유려한 글솜씨와 아름다운 제본이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_권복규 위원, 이화여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5. [실용일반]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우리는 왜 부동산 때문에 좌절하는가 | 마강래, 메디치미디어

“이즈음에서 조금 더 명확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집값 변동이 거미집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기는 하지만 배추와 똑같은 논리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배추는 전국 어느 곳이나 골고루 공급될 수 있는 상품이다.”

부제목은 ‘우리는 왜 부동산 때문에 좌절하는가.’ 집 없는 사람, 집 하나 가진 사람, 집 많이 가진 사람 할 것 없이 부동산 문제로 골치를 앓는다. 어제오늘 문제도 아니다. 도시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70년대 이후 반세기 동안 이어지는 문제다. 도시계획·재생·행정을 연구해온 중앙대 마강래 교수는 이 책에서 부동산 및 부동산 정책과 현실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고 대안을 모색한다.

“시중은행 이자가 2.5퍼센트라 치자. 4억 원을 빌리면 이자 비용은 한 달 83만 원 정도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5년간 5억 원 올랐다 치자(실제 최근 5년간 집값은 이것보다 더 올랐다!). 1년에 1억 원씩, 평균적으로 한 달에 830만 원씩 오른 셈이다. 이자보다 10배나 많다. 어찌 빚내서 집을 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난 몇 년 사이 부동산 폭등세에는 이렇게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집값이 오르는 만큼 이자 부담은 사소한 것으로 치부된다. 금리가 아무리 낮아져도 많은 사람들이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생각하면 집값은 뛰지 않지만, 계속 오르기만 하는 집값에 사람들은 망설임을 접고 부동산 경쟁에 뛰어든다. 투기판이 되어버리는 것.

저자는 정부 부동산 정책이 국토 공간의 쏠림 현상을 촉진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수도권에 아무리 많은 주택을 공급해도 중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 단언한다. 주택 공급은 더 큰 수요를 부르기 때문. 그렇다면 근본 해결책은? ‘수도권의 대항마인 메가시티를 지방에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행정구역 통합과 메가시티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공동체로 성장할 것이다. 청년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중앙정부는 새로운 투자가 지방 대도시권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광역지자체와 함께 뛰어야 한다. 넘쳐나는 돈이 지방의 생산적인 투자에 쓰일 수 있도록 돈의 흐름을 돌려야 한다. 그것이 지방이 사는 길이고 수도권도 사는 길이다.”

_표정훈 위원, 평론가

6. [그림책·동화] 국경 | 구돌 글 / 해랑 그림, 책읽는곰

“새와 물고기는 자유로이 넘나들지만 사람은 함부로 넘을 수 없는 선, 국경을 통해 바라본 세계”

나라와 나라 사이를 가르는 선, 한 나라를 에워싼 선인 국경. 책은 국경을 주제로 한 논픽션 그림책이다. 어린이 논픽션 책은 자칫 지식에 집중하다보면 딱딱해지고, 반대로 재미를 내세우다보면 내용이 빈약해지기 쉬운데, 이 책은 이야기와 정보, 재미와 지식, 글과 그림의 균형이 참 조화롭다. 저자가 전하고 싶은 주제도 과하지 않게 지식과 정보 안에 잘 스며있다.

오랫동안 여행자로 살아온 저자의 경험이 만만찮게 들어간 이 책은 국경을 넘을 때 거쳐야 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마치 어린이 독자들에게 “자 우리 이제 여권을 들고 국경을 넘었어요”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어 국경을 넘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설명한다. 국경을 넘으면 언어가 달라지고, 인종이 달라지고, 음식이, 종교가, 옷차림이, 사용하는 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겪는 일상에서 국경이 어떤 것인지 떠올리게 한다. 결국 국가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국경을 넘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라는 첫 단계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지식의 수준이 한 계단 올라간다. 이제 국경은 세계를 어떻게 나누고, 다르게 만드는지, 인접국들의 관계는 어떤지를 들려주고, 독일 장벽을 통해 역사를 유럽연합과 영국 브렉시트를 통해 진행형 국제정치까지 설명한다. 자연스럽게 분쟁과 평화에 대한 생각도 녹아든다. 그림책 한 권에 들어간 지식의 폭이 참 넓다. 책을 보고 읽으면 그림책 밖의 세계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국경이 이렇게 국가와 국가, 문화와 문화를 나누지만, 인류 모두 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국경을 넘어온 음식을 먹고, 국경을 넘어온 물건을 쓰고, 국경을 넘어온 책을 읽고, 국경을 넘어온 음악을 들어왔다고. 국경을 넘나든 종교, 철학, 문화, 예술, 과학, 기술, 물건들이 우리의 삶을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국경에 의해 나눠져 살지만, 동시에 국경을 뛰어넘어 하나의 지구에 함께 사는 지구인이라는 큰 시선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바다와 산을 사막을 가로지르고, 강과 산을 따라 흐르는 선, 새와 물고기는 자유로이 넘나들지만 배와 비행기는 그럴 수 없는 선’, 하지만 우리들 역시 이를 넘나들며 살아왔고, 또 살아간다. 정보는 촘촘하고 시선은 넓은 책이다. 사실적이면서도 시선을 압도하는 듯한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_최현미 위원, 문화일보 문화부장

7. [청소년] 쇼핑의 미래는 누가 디자인할까?: 10대가 알아야 할 마케팅의 모든 것! | 황지영, 휴머니스트

“성장하는 시기에는 다양한 사고를 접하고, 분석적으로 생각하며, 그 안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접하는 콘텐츠, 시각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사고하기를 적극 권합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먹고 자라는 콩나무와 같다. 우리는 입는 옷, 먹는 음식, 사용하는 물건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SNS를 통해 타인의 취향을 확인하고, 셀럽의 생활을 관찰하며 산다. 거리를 가득 메운 간판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식 광고까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사람들은 쇼핑에 길들여지고 새로운 욕망으로 흔들린다. 1987년, 바버라 크루거는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shop therefore l am’라는 작품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17세기 근대철학의 문을 연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think therefore l am’라는 명제를 패러디했으나 현대인의 존재의미를 더 적확하게 드러낸 것처럼 보인다.

경제체제로서 자본주의와 정치제도로서 민주주의는 공기와 물처럼 현대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도구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미래를 꿈꾸든지 청소년들에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깊이 들여다보고 고민해야 하는 분야다. 단순히 가성비를 따지며 물건을 고르기 전에 황지영을 따라가며 마케팅과 리테일retail, 소매업에 대해 살피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소비와 유통, 판매 등 상품 제작과 소비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알면 보다 현명한 소비자로서 살아갈 수 있다. 동전을 들고 슈퍼에 가서 과자를 사 먹던 추억도, 휴대폰으로 택시를 부르는 일상도 시스템은 다르지 않다. 방법만 달라졌을 뿐 첨단 기술, 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소비자이면서 생산자, 노동자이면서 창업자로 살아갈 미래를 살아가는 지혜다.

팬데믹pandemic 이후 비접촉이 새로운 표준이 된 시대를 사는 청소년이 꿈꾸는 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Z세대라 불리는 10대가 현명한 소비의 주체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심리, 플랫폼과 트렌드, 윤리적 소비와 고용의 미래 등 다양한 주제를 간명하게 설명한다. 각 주제 뒤에는 생각 해 볼 만한 질문 몇 개를 던지고 있어 다시 한 번 정리할 시간을 준다. 책 제목이 웅변하듯 쇼핑의 미래는 바로 청소년들 자신이 디자인하는 게 아닐까.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디자인하듯이 말이다.

_류대성 위원, 『읽기의 미래』 저자

이 중에 당신의 마음을 울리는 책 한 권이 있기를 바라며!
다음 달에도 풍성한 책 추천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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