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현 시점에 추진해야" vs 윤석열 "국민적 합의 없었다"[대선후보가 본 종전선언]

정진우 2021. 12. 7. 11: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심상정 "비핵화-평화체제 논의 '평화선언'으로"
안철수 "비핵화 앞선 종전선언, 선후 바뀌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재인 정부가 임기말 주력하는 종전선언에 대한 차기 주요 대선 후보들의 입장이 이념 성향에 따라 극명히 갈렸다. 중앙일보가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힘ㆍ정의당ㆍ국민의당 등 여야 4당 대선 캠프에 정책 질의서를 보내 서면으로 답변받은 결과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의 베이징 겨울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등 돌발변수가 잇따르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종전선언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면 공은 결국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된다. 이에 중앙일보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에 걸쳐 서면 질의를 통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으로서, 비핵화를 명시적 조건으로 설정하지 않은 ‘문재인식 종전선언’에 대한 주요 후보들의 입장을 물었다.

그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찬성했으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등을 우려하며 비핵화 진전 등 조건이 먼저 충족돼야 한다고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종전선언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평화선언'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지에 따라 종전선언의 '운명'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정책질의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대선 예비후보자 18명 중 지난달 28일 발표한 중앙일보 여론조사(엠브리엔퍼블릭에 의뢰,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5%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한 후보에게 요청했다.


①시기: 이 “지금” 윤ㆍ안 “시기상조” 심 “내용이 중요”


대선후보 4인의 종전선언 각론 평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재명 후보는 “평화협정 체결로 가는 로드맵의 초기 단계 조치로서 종전선언 추진이 필요하다”며 현시점에 종전선언을 추진할 필요성을 인정했다.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입구라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일치한다. 이 후보는 “정전상태가 거의 70년 가까이 지속돼온 한반도에서 전쟁의 핵심 당사자들이 전쟁 종식을 선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는 ▲국민적 합의를 이룬 적 없고 ▲북한이 핵무장을 강화하고 있으며 ▲평화협정에서 종전선언을 떼어내 별도로 추진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가 실질적 진전을 이뤘을 때 종전선언 ‘논의’를 시작할 수는 있다”고 했다. 종전선언 논의 자체도 비핵화 진전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취지다.

심상정 후보는 “종전선언이 가급적 이른 시기에 성사될 수 있길 희망한다”면서도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북한은 (종전선언이) 정치적 세레모니로 그칠 것에 대한 우려 등으로 반응이 썩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용에 대한 합의가 더 중요하기에 (시기는)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견 해소에 더 주목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현시점에서 종전선언은 본질적ㆍ역사적 의미가 없는 껍데기 선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핵ㆍ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등 비핵화 의지가 보이지 않는 데다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은 독자적 의미보다는 평화협정의 입구로서, 한반도 평화 구축에 기여하는 유의미한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②파급력: 이ㆍ심 “유엔사와 무관” 윤 “혼란 불가피” 안 “이벤트 불과”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으로 규정하며 언제든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 추진을 위한 협력과 지지를 당부하는 모습. [뉴스1]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의 성격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으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이 후보는 같은 입장을 보였다. “종전선언 이후에도 유엔사령부 및 주한미군 지위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도 같았다.

심 후보 역시 같은 의견으로 “(종전선언을)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입구로 보는 것은 그것이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선언이지, 유엔사 등에 영향을 미치는 평화협정은 아니란 것”이라고 했다.

반면 윤 후보는 “정치적인 종전과 법적ㆍ제도적 정전 상태가 공존하는 혼란스런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합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을 제거하는 게 오히려 현실과의 괴리로 인한 문제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북한이나 중국은 물론이고 국내 일각에서도 유엔사나 주한미군의 지위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이는 여론 분열과 한ㆍ미 동맹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봤다.

안 후보는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선언으로서의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으로 가는 입구가 아닌 정권 재창출용 입구로 삼는 정치적 이벤트 성격”이라고 말했다.


③효용성: 이 “비핵화 촉진” 윤 “희망적 사고” 심 “평화선언이 대안” 안 “북 악용 우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을 통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2018년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키로 약속했다. 하지만 2019년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며 한반도 평화 구상 역시 동력을 잃었고, 종전선언 약속 역시 사실상 백지화했다. 사진은 2018년 판문점 선언을 교환한 뒤 손을 맞잡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연합뉴스]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는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후보 간 의견이 엇갈렸다.

이 후보는 “종전선언이 비핵화 협상 입구에서 이뤄지면 신뢰 조성에 기여하고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촉진하는 실질적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또 “특히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본격적 논의의 출발점이자 촉매로서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역시 문 정부의 입장과 일치했다.

반면 윤 후보는 이를 “‘희망적 사고’일 뿐”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비핵화의 조건으로 내세운 적 없으며, 종전선언 시 다시 제재 해제 등을 주장하며 비핵화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하면 비핵화를 하겠다고 약속한 적도 없기 때문에 이를 통해 비핵화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심 후보는 문재인식 종전선언 대신 ‘평화선언’을 제안했다. ▶북한의 핵 동결 및 대북 제재 완화 ▶비핵화-평화체제 전환 원칙 등이 담긴 선언으로, 심 후보는 “(종전선언이) 전쟁을 법적으로 종결짓는 평화협정도 아니면서 혼란과 비난을 초래하는 상황을 평화선언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종전선언이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 아닌 평화협정의 입구로 작용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평화협정의 입구로 종전선언을 활용하지 않을 경우, 북한의 핵 보유국화 프로세스에 포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④순서ㆍ조건: 이 “그 자체로 비핵화 진전” 윤ㆍ안 “비핵화 전제돼야” 심 "비핵화 이해조정 필요"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중인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 진전을 선결 조건으로 하지 않는다. 이른바 '선 종전선언 후 비핵화' 구상인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사진은 2019년 2월 방남한 김여정 당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을 관람중인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 진전이 전제되지 않는다 해도 일단 신뢰 구축 조치로서 종전선언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도 “전쟁 종료를 선언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종전선언이 독립적인 하나의 행사로 끝나지 않고 한반도 평화증진의 중대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종전선언 자체의 의미와는 별개로 결국 비핵화 프로세스와도 연계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윤 후보는 ‘선(先) 종전선언 후(後) 비핵화’ 구상에 반대했다. 특히 “종전선언은 단지 비핵화 대화 재개의 입구가 돼선 안 되고, 실질적 비핵화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 정부는 구속력 없는 정치적 선언을 추진하는데, 북한으로서는 이런 종전선언이 이뤄졌다고 해서 비핵화를 진전시킬 이유가 없다”며 “종전선언이 비핵화의 입구가 될 수 있다는 논리는 자가당착”이라고 반박했다.

심 후보 역시 비핵화보다 종전선언을 우선하는 현 상황을 비판적 관점에서 바라봤다. “종전선언의 핵심 이해 당사국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라도 비핵화 등과 관련한 이해가 조정돼야 한다”며 “조건 없는 종전선언이 아니라 비핵화 및 평화체제 전환과 관련한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평화선언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안 후보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입구로서 종전선언의 유용성에 주목한다”면서도 “문 정부의 선(先) 종전선언 구상은 (비핵화 프로세스와) 선후가 바뀌었고 목표도 불분명해 실패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관련특집] 대선후보 쟁점이슈별 입장 비교하기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