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절망 않으셨던 아버지.. 저세상서도 한국의 미래 낙관하실 것

기자 2021. 12. 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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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 이동화 선생은 1995년 89세에 세상을 떠나셨으니 비교적 장수하신 셈이다.

그리고 2018년 독립유공자로 서훈돼 비록 사후지만 공적으로 예우까지 받으셨으니 여한 없는 생애였던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민주주의 정치의 정착은 흐뭇하게 생각하겠지만, 아직도 소수 계층에 나라의 부가 편중돼 있는 실정에는 개탄을 금치 못하실 것 같다.

그렇지만 아마도 예전처럼 머지않은 장래에 경제민주화도 이뤄져 국민 대다수가 평온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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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이동화(1906∼1995)

나의 아버지 이동화 선생은 1995년 89세에 세상을 떠나셨으니 비교적 장수하신 셈이다. 그리고 2018년 독립유공자로 서훈돼 비록 사후지만 공적으로 예우까지 받으셨으니 여한 없는 생애였던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격동의 시대에 많은 곡절을 겪으셨다.

일제강점기 구속과 수형 생활을 시작으로 광복 후에도 대한민국에서 총 세 차례 구속돼 5년여의 감옥살이를 해야 했으니 파란만장한 생애였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듯하다.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최고 학부라 할 수 있는 동경제국대학 출신으로 엘리트 지식인이었다. 당시 많은 젊은 지식인이 그러했듯, 사회주의를 연구해 독립운동의 수단으로 받아들였다. 아울러 해방된 조국의 미래도 비슷한 정치적 이념과 노선에서 지향하고 모색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자유시장경제, 즉 자본주의의 가장 큰 모순이자 폐해인 극심한 계층 격차는 반드시 극복 지양해야 한다는 신념은 굳건했지만, 공산주의의 폭력적인 독재정치엔 분명한 반대 입장이었다. 모순 극복의 방법론으로 폭력적인 혁명노선이 아닌 의회 민주주의를 핵심으로 삼아 민주적 온건 개혁노선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북유럽형의 복지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광복 후 고향인 평양에서 활동하다 공산주의 사회의 실체를 경험하며 환멸을 느꼈고, 6·25전쟁 중 남한으로 내려오셨다.

대한민국에서도 민주주의와 복지사회에 대한 열망과 신념으로 대학교수로서 학문 연구활동뿐 아니라 혁신정당운동에 적극 참여해 진보당의 강령과 정강·정책 등을 기초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는 동서 냉전의 절정기였고, 한반도는 바로 그 냉전의 최전선이었다. 시대적 상황과 대한민국의 특별한 정치적 여건들이 온건한 민주적 사회개혁노선까지 좌경노선으로 백안시한 결과였다. 여러 동료와 후배들은 아버지가 그저 고생만 하다 돌아가셨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버지는 상당히 낙관주의자셨다. 감옥살이와 어려운 경제적 형편 등으로 실의와 좌절에 빠질 법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언제나 미래에 대해 낙관의 시선으로 일관하셨다. 비록 과거와 현재는 성공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다가올 미래엔 대한민국도 정치적 민주주의의 성장과 정착이 이뤄질 것이고, 종국에는 선진적 복지국가·복지사회가 구현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셨다. 이러한 낙관주의자의 모습은 작고하실 때까지도 변하지 않았음이 지금도 기억에 또렷하다. 아마도 비관주의자가 아닌 낙관주의자였기에 장수하실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시간이 흘러가면 모든 것이 변하게 마련이듯 대한민국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30여 년 지속한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여러 번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정치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굳건히 정착됐다. 그리고 이제 시대의 화두는 공정과 평등, 분배 등 초격차 사회의 개혁이 됐다. 바로 경제적 민주화의 다른 이름이다. 보수정당들까지 경제민주화를 주장한 지 오래다. 비록 현실은 이상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지만, 누구도 시대의 화두인 경제민주화를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저세상에서 아버지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다. 민주주의 정치의 정착은 흐뭇하게 생각하겠지만, 아직도 소수 계층에 나라의 부가 편중돼 있는 실정에는 개탄을 금치 못하실 것 같다. 그렇지만 아마도 예전처럼 머지않은 장래에 경제민주화도 이뤄져 국민 대다수가 평온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실 듯하다.

이인국 장준하선생기념사업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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