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은 실력만큼 성품 중요.. 함께 식사하며 말투·태도까지 살펴"

정세영 기자 2021. 12. 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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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영 기자의 풀카운트 - KT 이충무 팀장이 말하는 ‘외국인 스카우트 24시’

“용병 교체하는 12월 가장 바빠

협상하다 밤 꼬박 새우기 일쑤

데려온 선수 못하면 죄인 심정

영입외 용병 민원 해결도 맡아야

8월 쿠에바스 부친 한국서 사망

빈소 지키며 화장·유해 이송도”

프로야구에서 12월은 비시즌. 하지만 외국인 스카우트들에겐 가장 바쁠 때다. 외국인 선수 교체가 이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팀당 3명씩인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의 성패는 다음 시즌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심사숙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T의 이충무(50·사진) 팀장은 외국인 스카우트 경력이 15년이다. KT는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투수인 윌리엄 쿠에바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재계약하고, 최근 야수 헨리 라모스를 영입했다. 6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이 팀장은 “올핸 외국인 선수 구성이 일찍 마무리된다”면서 “물론 쿠에바스, 데이스파이네가 재계약 도장을 찍을 때까진 긴장을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흔치 않은 비선수 출신. 미국 북서부의 대표 명문인 인디애나주립대(IUB)에서 스포츠매니지먼트를 전공했고 졸업 후 미국의 초대형 야구매니지먼트사인 CSMG 에이전시에 입사하면서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2003년 당시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 머물던 추신수를 CSMG 에이전시가 영입하면서 이 팀장은 추신수 담당이 됐다. 이 팀장은 2007년엔 삼성으로 이직했고, 2013년엔 10번째 구단으로 창단한 KT로 옮겼다. 지난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인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한신 타이거스), 2014년 삼성에서 2관왕(평균자책점·삼진)에 오른 투수 릭 벤델헐크(야쿠르트 스왈로스) 등이 이 팀장의 검증을 거쳐 한국 무대로 왔다. 이 팀장은 “한국으로 데려온 외국인 선수가 야구를 못할 때 스카우트는 죄인이 된다”면서 “하지만 성공하게 되면 무한한 쾌감이 찾아오고, 그래서 이 직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를 위해 12월이 되면 밤과 낮이 바뀐다. 야구종목의 외국인 선수 대부분이 미국과 북중미 출신이기 때문. 현지 스카우트 직원, 에이전트 등과 협상을 하다 보면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다.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 실력만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게 성품, 즉 인성이다. 그래서 선수, 그리고 가족과 식사를 하면서 말투와 태도, 교양을 살피기도 한다. 이 팀장은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기술이 60%, 적응이 40%”라면서 “인성이 떨어지면 적응하는 데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스카우트는 선발한 외국인 선수가 잘하면 본전, 못하면 무한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도박에 비유되곤 한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의 ‘민원 해결사’까지 담당한다. 외국인 선수의 고민을 들어주는 건 기본. 가족이 입국하게 되면 돌봐야 한다. 쿠에바스의 부친이 지난 8월 한국을 찾았는데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이 팀장은 쿠에바스의 부친이 감염된 뒤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음압시설이 갖춰진 응급병실을 수배했고, 격리를 각오하고 쿠에바스와 함께 그의 아버지 곁을 지켰다. 화장 절차와 유해 모국 베네수엘라로의 이송 과정 등을 모두 처리했다. 유해 이송은 선수 본인이 직접 고국으로 가야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쿠에바스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쿠에바스는 정규리그 1위 결정전(7이닝 무실점)과 한국시리즈 1차전(7.2이닝 1실점)에서 빛나는 역투를 펼쳐 우승에 기여했고 한국시리즈를 마친 뒤 부친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셨다.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찾기 위해선 귀를 항상 열어야 한다. 경험 있는 프런트와 베테랑 국내 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뒤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발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틈날 때마다 외국인 선수 후보군을 추려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음지에서 일하는 보직이 바로 스카우트. 이 팀장은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1년 내내 스트레스와 동반할 수밖에 없다”면서 “올해 KT가 정규리그 1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뒀고 내년에도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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