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고?

하준수 입력 2021. 12. 7. 10:53 수정 2022. 2. 1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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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이유 있는 변명

“러시아가 내년초 17만 5천명의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여러 전선에서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2월 4일 보도한 내용이다. WP는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터뷰하면서 위성사진을 동원해 러시아군 50개 전투 전술단이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 4개 지역에 집결해 있고, 탱크와 대포도 새로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배치된 러시아군은 7만명 정도지만 향후 17만 5천명으로 늘어나며, 훈련 후 무기를 그대로 남겨뒀다가 나중에 우크라이나 공격때 활용하는 방식으로 작전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러시아는 자신들이 누구도 위협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직간접적으로 들은 러시아 정부측 답변은, 침공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넌센스라는 것이었다. 나토가 먼저 싸움을 걸어왔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나토(NATO)가 우리 국경지대에서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30일 ‘러시아가 부른다’ 투자포럼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의 대규모 군사훈련은 연례행사라면서, 오히려 나토의 동진(東進)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11월 30일 ‘러시아가 부른다(Россия зовет!; Russia is calling!) 투자 포럼’에서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지역에 군대를 보내지 말고 싸우지 말자! 90년대 모스크바와 브뤼셀(나토)의 관계는 평화로왔으나, 나토의 동쪽 확장이 계속되면서, 관계가 악화돼왔다.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배치됐고, 이미 배치된 MK-41 (미 해군이 운용하는 수직발사 시스템(VLS; Vertical Launching System). Mk.41은 제법 크기가 커서 온갖 종류의 함상발사 무기를 밀어넣을 수 있다. 각주: 나무위키)에는 토마호크 타격 시스템도 장착할 수 있다.

이는 우리에게 명백한 위협이며, 우리의 설득과 요구에도 이같은 일이 있어난 이상, 우리의 답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7~10분이면 모스크바로 미사일이 날아올 수 있고, 이런 위협 대상에 우리는 동일한 상황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나토의 행보에 대해 동일하게 대응할 것이고 특히 우크라이나 지역에 미사일 등 공격용 무기를 배치하면, 이는 곧 레드라인(한계선)이라고 밝히면서, 그런 상황까지 가질 않길 바란다고 강조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12월 1일 각국 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발언을 했다.

“러시아 외교의 궁극적 과제는 나토의 동진 확대를 막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과, 우크라이나 영토에 나토의 군사장비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법적 문서로 보장하라는 것이, 러시아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라고, 외교 소식통은 설명했다.

'나토의 동진'으로 표현되는 서방세력의 확장에 따라 러시아가 느끼는 안보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90년 동서독 통일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판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990년 9월 12일 독일 통일협정, 이른바 ‘2+4’협정이 체결된다. 동서독과 소련,미국,영국,프랑스가 모여 동서독을 통일시키고 동독에 주둔하던 외국군(소련군)은 철수한다는 문안에 합의한다. 이 자리에서 통일 독일의 경계선 밖 동쪽으로는 나토의 영향력을 확장하지 않기로 구두 약속을 맺었다는 것이 러시아측 주장이다.

그러나, 1999년 폴란드, 체코, 헝가리가, 2004년에는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속속 나토에 가입했다. 당초 약속과 달리 ‘나토의 동진’이 계속된 것이다.

2천년대 중반에는 우크라이나 마저 나토 가입을 추진했는데, 만일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편입된다면 러시아 입장에선 나토와의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위기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나토는 이미 발트해 지역 등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러시아측 입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과 나토가 자꾸 러시아 국경을 침범하면 가만 있지 않겠다. 독일 통일 당시 약속했던 국경선을 지켜라.”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7월 2일 발표한 <신국가안보전략>에서 나토의 군사력과 활동 강화를 최대 군사위협으로 명시했다. 러시아는 전쟁을 할 의도가 전혀 없다면서, 미국과 나토가 오히려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훈련을 벌이며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정부가 주장하는 구체적인 서방측의 안보상 위협 사례들을 보자.

■ 우크라이나 정부군, 돈바스 마을 무력 점령

우크라이나 동쪽, 러시아와의 국경에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공화국이 있는데 두 지역을 묶어 ‘돈바스’ 지역이라 부른다. 2014년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병합된 뒤, 이 지역은 독립국가를 선포하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쟁중이다.


2015년 2월 12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4개국 정상들이 ‘민스크 협정’을 맺고 해당 지역에서 중화기를 모두 철수하고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도 충돌이 이어지자 다시 2019년 12월 9일, 파리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정상들이 회담을 갖고 전면적 휴전 등 ‘민스크 협정’의 실질적 이행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그 결과 최근까지 그럭저럭 소강상태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지난 10월 27일 도네츠크 공화국의 자치수장인 데니스 푸쉴린이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전날(26일) 밤 도네츠크와 우크라이나 접경에 있는 스타로마르예프크 마을과 야스너예 마을에 포탄이 떨어지는 등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기습을 받았고, 급기야 이튿날(27일) 스타로마르예프크 마을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의해 점령당했다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포격을 받은 도네츠크 야스너예 마을


미하일 안드로닉 도네츠크 공화국 군사령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 마을에는 180여 명의 민간인이 거주하고 있고, 이들 중 37명은 러시아 시민권자로 지난 국가두마 선거에서 참정권을 행사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이 마을과 연락이 되지 않고 있으며, 아이와 부녀자를 포함한 다수의 민간인들의 안전여부가 파악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도네츠크 공화국은 이번 사태가 명백한 민스크 협정 위반임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점령 사실을 부인했지만, 데니스 푸쉴린 자치수장은 현재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도네츠크 공화국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 흑해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

지난 6월 23일 흑해에서는 크림반도로 접근하는 영국 군함에 러시아 전폭기가 경고 사격을 가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출처: 영국 가디언(Guardian) 그래픽


영국 구축함 HMS 디펜더가 23일 오전 크림반도 피오렌트 곶 주변 영해를 허가 없이 넘어 3km 항해하자 경고 사격을 했는데도 영해를 떠나지 않자 수호이 24M 전폭기를 동원해 영국 군함 군처에 폭탄 4발을 투하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다.

그러나 영국 국방부는 영해를 침범 사실을 부인하면서 영국 군함이 국제법을 준수하며 우크라이나 영해를 무해통항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경고 사격은 없었고, 폭탄이 떨어졌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시 디펜더에 승선해 있던 영국 BBC 방송의 조나단 빌레 기자는 러시아 함정의 경고 메시지와 멀리서 사격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증언했다. BBC 방송은 20대가 넘는 러시아 항공기가 디펜더 상공에 떠 있었고, 러시아 함정이 100m 거리까지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보다 하루 전인 6월 22일 아침 영국 런던 동남쪽 켄트 지방에 있는 한 버스 정류장에서 영국 국방부 기밀 문서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이 문서에는 영국 구축함 디펜더호가 흑해의 크림반도에 접근했을 때 예상되는 러시아 측의 반응이나 나토군이 철수한 뒤 영국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할 가능성 등이 담겨 있었다.

영국측이 영해 침범을 부인했지만, 기밀 문건에 따르면 디펜더호의 흑해 항해에 대해 러시아측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을 영국 정부가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대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AP통신은 냉전 이후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 함선을 저지하기 위해 실탄을 사용했다고 인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디펜더호는 미국과 나토 등 32개국이 참가하는 다국적 해상 훈련인 ‘시 브리즈(See Breeze)’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6월 28일부터 7월 10일까지 흑해에서 열린 시 브리즈는, 병력 5000여 명, 함정 32척, 항공기 40대가 상륙작전, 육상 기동전, 수중침투 작전, 대잠수함전, 수색ㆍ구조 작전 등을 진행했던 사상 최대 규모의 훈련이었다.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러시아는 12해리 영해와 영공을 주장하지만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자국 군함과 전투기들을 흑해에 파견하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2020년 4월에는 미군 대잠초계기 P-8A가 지중해 상공에서 초계 활동을 벌이자 비상출격한 러시아 수호이-35 2대가 무려 7.6미터까지 근접해 차단 비행을 펼쳤다고 한다.

이렇듯 흑해 일대에서 러시아와 나토의 첨단 군용기와 함정들 간에 쫓고 쫓기는 군사적 대결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 발트 3국에서 연합훈련

나토는 올해 3월 발트해와 흑해에서 해공군 연합 훈련을 실시했고, 5~6월에는 역시 발트해와 지중해 일대에서 20개 국의 9천명이 참가한 ‘디펜더(defender)21’훈련을 실시했다.

나토는 또 공중목표 탐지체계를 발트해 연안에 전개해 러시아 공중 공간의 450km 종심까지 탐지할 능력을 갖추고 항공.해상 정찰 활동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항공 정찰의 경우 2016년에 174회가 이뤄졌는데 2019년부터는 해마다 350회 이상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따라 러시아의 견제. 차단 비행도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토는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 억제력과 방어력을 강화하고 군사 대비태세를 향상시키고 있다. 특히 30일 만에 30개 기계화 대대, 30척 전투함정, 30개 비행대대를 투입하는 준비태세를 갖추는 등 러시아 국경 근처로 미군의 신속한 투입을 지향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인지하고 있다.

옛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2004년 나토에 가입했다. 이제 나토 국가들과 직접 국경을 맞대게 된 러시아는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으로 발트 3국이 위기의식을 느끼자 나토는 2016년 3개 대대 규모의 지상군을 발트 3국에 주둔시키기로 결정했다. 각 대대의 병력 규모는 800~천명 선으로, 병력은 6~9개월 마다 교체될 것이라고 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들과 인접한 서부 지역에서 수시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펼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어 대응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나토는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나토가 오히려 러시아 국경 지역으로 확장하면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자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 미러 정상회담에서 해결의 실마리?

지난 시기를 돌아보면, 미국.나토와 러시아간의 군사적 대결 양상은 누구를 탓하기가 어색할 정도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격화돼 왔다.

그래도 국제문제는 결국엔 외교로 풀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미국과 러시아 정상들이 화상회담을 갖는다. 모스크바 시간으로 대략 7일 18시쯤이라니 한국 시각으론 7일 자정쯤이다.

주요 의제는 제네바 협약과 우크라이나 문제, 나토의 동진문제가 될 것이라고 크렘린의 페스코프 대변인이 밝혔다.

나토의 동진 확대를 막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관철될지 지켜볼 일이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배동희
자료조사: 오선근

하준수 기자 (ha6666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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