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아웃도어] 세상에 하나뿐인 사코슈

글·그림 윤성중 2021. 12. 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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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브랜드 Corner Trip

‘내 돈 내 산 아웃도어’는 월간<山>의 필자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합니다. 수록된 제품 소개 기사는 편집숍 주인이 해당 장비를 직접 써 보고 추천하는 콘셉트로 작성됐으며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 받거나 비용 지원을 받은바 없음을 밝혀둡니다.

우리 가게 입구는 정신 없게 꾸며졌다. 문이 제대로 안 열릴 정도로 뭔가가 문앞을 가득 막고 있다. ‘뭔가’는 바로 작은 가방이다. 작은 가방이 문 앞에 주렁주렁 걸려 있는 것이다. 옛날에는 이런 가방을 크로스백Cross Bag 혹은 그냥 색Sack, 아니면 앞가방이라고 불렀는데 요즘에는 사코슈Sacoche라고 부른다.
누가, 언제, 왜 이 가방을 사코슈라고 불렀을까? 곰곰이 따져보니 일본에서 발행되는 아웃도어 잡지 때문이다. 분명하다! 여기에 사코슈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그래서 나는 사코슈가 일본 말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프랑스말이었다. 언젠가부터 이름이 사코슈로 바뀐 다음 이것만 찾는 사람이 꽤 많아졌다. 다짜고짜 가게로 쳐들어와 “사코슈 있어요?”라고 묻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들이 특히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 코너트립Coner Trip(구석구석 여행한다는 뜻)이다.
강철의 15배 강도 지닌 원단
이 업체가 만든 여러 사코슈 중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특정 종류가 있는데, ‘왜 이것만 잘 나갈까?’ 이유를 내 나름 분석한 결과는 요상하게 예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상하면서도 예쁘게 생기기란 쉽지 않은데 물건을 보면 감이 딱 올 것이다. 요상한 매력의 80%는 다이니마DCF, Dyneema Composite Fabric 원단에서 온다.
다이니마 원단은 업계에서 흔히 강철보다 15배 강하다고 알려진 천이다. 강철보다 뭐가 어떤 방식으로 강한 것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천’임에도 불구하고 좀 딱딱하고 거친 질감을 가졌다. 물에 젖지도 않고 게다가 살짝 투명하기도 한 그야말로 낯선 모양을 가졌다. 어딘가에서 수없이 접혔다 펴진 것처럼 천 표면에 스크래치 같은 자국이 많은데, 이것도 다이니마 원단의 큰 특성 중 하나고, 인기 있는 코너트립 사코슈의 비결이다.
철저하게 주문제작 방식 고수
사코슈의 구조는 굉장히 단순하다. 제품 상단의 지퍼 하나로 가방을 열고 닫는 구조고, 내부는 작은 주머니 역할의 메시 천 하나만 덧댄 미니멀 스타일이다. 다이니마 원단 덕분에 제품은 또 한없이 가볍다. 짐을 넣지 않고 가방을 메면 ‘내가 지금 가방을 멘 건가?’ 싶을 정도다. 너무 가벼워서 덜렁거리기도 하는데, 짐을 넣으면 짱짱하게 변신한다. 무엇보다 원단의 내구성이 강해 가방을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오염이나 파손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코너트립은 주문제작방식으로 물건을 파는 회사다. 그러니까 대량 생산을 통해 제품을 시장에 유통시키지 않는다.*(그럼 가게에 있는 코너트립 제품은 뭐야?라면서 궁금할 텐데, 사실 내가 코너트립에 주문제작 요청을 해서 나온 제품이고, 이걸 팔아서 이득을 얻기보다는 매장 눈길 사로잡기 용인 것이다. 샘플로 걸어 놓은 것인데, 사람들이 자꾸 사겠다고 하는 바람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같은 가격에 팔고, 다른 색상의 원단으로 주문을 또 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코너트립에서는 배낭도 만든다. 배낭 역시 주문생산이고, 접수 후 완성하는 데까지 15일 정도 걸린다.
코너트립

오진곤 대표와 그의 아내가 함께 운영한다. 오진곤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백패킹을 즐겼고, 그러다가 본인이 필요한 장비를 직접 만들어 쓰기 시작했는데, 주변 백패커들에게서 주문을 받고 물건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 일이 점차 커져 지금에 이르렀다. 사코슈 외에 노트북 슬리브, 배낭, 빙고백, 보냉백 등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 cornertrip.co.kr .

*연출을 위해 꾸며낸 이야기입니다. 코너트립은 주문생산방식 시스템이라 오프라인 매장에 물건을 공급하지 않습니다.

본 기사는 월간산 12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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