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앙숙' 될라 ..서로 골프 같이 치면 안되는 스타일은?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오태식 2021. 12. 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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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는 브라이슨 디섐보와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는 골프계의 대표적인 ‘앙숙’이다. 3년 이상 이어온 견원지간 관계를 ‘쇼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위해 최근에는 둘만의 매치가 성사되기도 했다. 두 선수간 대결의 결과와 상관없이 싸움을 붙인 대회 관계자들은 둘이 서로 으르렁 거리는 모습을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별 다툼 없이 대결은 싱겁게 끝이 났다.

디섐보와 켑카는 둘 다 다혈질이기는 하지만 비슷하지 않은 면이 오히려 많다. ‘헐크’라는 애칭을 얻기 전 ‘필드의 물리학자’로 통했던 디섐보는 이것저것 궁리하고 시험하면서 꼼꼼하게 경기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플레이가 느려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켑카는 ‘슈퍼맨’이란 별명답게 ‘무조건 고(Go)’ 스타일이다. ‘돈’을 받고 ‘쇼’에 나온 일종의 출연자들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주말골퍼의 세계에서 붙었다면 둘은 주먹다짐을 했을 수도 있다.

골프를 하다 보면 골퍼마다 정말 싫어하는 스타일의 골퍼가 있게 마련이다. 디섐보와 켑카의 예처럼 빠른 골퍼와 느린 골퍼는 상극이다. 빠른 골퍼는 기다릴 줄 모른다. 자기 차례가 오지 않아도 상대가 미적미적 대고 있으면 먼저 플레이를 이어 간다. 샷을 하고 있는데, 앞 쪽에서 내 샷의 방향에 방해가 되고 있는 골퍼가 있다면 필히 그는 급한 성격의 소유자일 것이다. 빠른 골퍼와 느린 골퍼가 만다면 주로 빠른 골퍼가 손해 보는 경향이 많다. 골프에서는 급하면 미스샷이 나오기 쉽다. 반대로 느린 골퍼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빠른 골퍼끼리 만나면 그때는 큰 다툼이 벌어지지 않지만 느린 골퍼끼리 만나면 그땐 캐디가 미칠 지경이 된다. 앞 팀은 휑하니 사라지고, 뒤팀은 항상 쫓아와 기다리고 있으니 마음은 누구보다 급해진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매사 분명하고 철저한 골퍼와 만사 천하태평인 골퍼가 필드에서 만나도 서로 편하지 않다. 성격이 철저한 골퍼는 대부분 골프 규칙을 잘 지키는 경향이 있다. 반대 성격의 골퍼는 골프 규칙에 구애받지 않는 룰 파괴자인 경우가 많다.

두 성격의 소유자가 만나면 자칫 큰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어떤 로컬룰을 만들어 플레이를 하든 지 일단 골프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작은 내기라도 할 때 공정성이 훼손되면 분란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룰 파괴자는 코스 상태가 나쁘다며 매번 라이를 개선하는 이른 바 ‘터치’를 하면서 샷을 한다. 반대로 룰 고수자는 룰 파괴자가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공이 놓인 그대로 샷을 한다. 처음 시작할 때 디봇 자국에서는 빼놓고 치자고 했지만 룰 고수자는 자신의 룰을 고집한다. 룰 고수자는 디봇 자국도 골프의 한 요소라며 그대로 샷을 한다. 만약 이들 사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소심한 골퍼가 낀다면 그 골퍼는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터치를 하자니 룰 고수자 눈치가 보이고 그대로 놓고 치자니 억울한 마음이 든다. 마음이 갈팡질팡하니 샷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까칠한 사람과 온화한 사람이 필드에서 만났을 때는 어떨까. 이 경우는 조합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온화한 쪽이 까칠한 쪽을 별 탈 없이 받아들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도가 지나치게 된다면 큰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래 조용한 사람이 화나면 정말 무서운 법이니까.

스윙을 대충 배운 골퍼와 누군가를 가르치길 좋아하는 골퍼가 만나도 상극이 된다. 스윙 나쁜 골퍼가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한다면 가르치기 좋아하는 골퍼는 이것저것 지적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의 관계도 필드의 앙숙이 될 공산이 크다.

가끔 나이 지긋한 골퍼들과 만나 라운드 하다 보면 지금 이 나이에도 ‘동반자’를 꾸려서 라운드 할 수 있는 골퍼는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 나이 때까지 골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골프를 치면서 좋은 골퍼로 인정 받았다는 증거이도 하기 때문이다.

골프 역사상 가장 흥했다는 2021년의 시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납회 라운드를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납회는 주로 관계가 좋은 이들과 하게 된다. 당신은 올해 몇 팀의 납회에 끼어 있는가. [오태식 골프포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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