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스토리]"내가 통신료 냈는데, 왜 넷플릭스도 망사용료 내야할까?"

윤지원 기자,김정현 기자 2021. 12.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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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SKB 갈등 장기화..기술 개념조차 해석달라
학계 "망사용료 갈등, 개념·용어 정리 선행돼야"

[편집자주]'後(후)스토리'는 이슈가 발생한 '이후'를 조명합니다. 쏟아지는 뉴스 속에 묻혀버린 '의미'를 다룹니다. 놓쳐버린 뉴스 이면의 '가치'를 되짚어봅니다.

'정당한 망사용료 지급'을 두고 장기전에 접어든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분쟁에서 넷플릭스가 주장한 '이중 과금'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김정현 기자 = "신용카드는 일반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 수수료를 지불하지만 이중 과금 논란이 없습니다. 망사용료를 둘러싼 콘텐츠제공자(CP)와 인터넷제공사업자(ISP), 일반 소비자의 관계 역시 똑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조대근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정당한 망사용료 지급'을 두고 장기전에 접어든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분쟁에서 넷플릭스가 주장한 '이중 과금'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통신사 가입자가 넷플릭스를 볼 때 발생하는 트래픽에 대한 요금을 냈는데 넷플릭스에서도 또 받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통신시장이 '양면시장'이라는 기본적인 개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SK브로드밴드 남산빌딩 본사(SK브로드밴드 제공)© 뉴스1

◇이중과금이 아닌 이유?…통신망은 넷플릭스와 이용자가 만나는 '양면시장'

양면시장은 서로 다른 속성의 소비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상호 작용하며 참여하는 시장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양면시장의 예시로는 신용카드 업계가 있다. '신용카드 사용자'와 '가맹점'이라는 다른 속성의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회사의 시스템을 이용하고 신용카드 회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시장이다.

통신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 가입자와 CP 모두 통신 시장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소비자다. 이 경우, 개인 가입자와 CP 모두 ISP에 각각의 요금을 지불해야 하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실제로 소비자들끼리 망을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에도 상대방의 데이터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 가입자가 요금을 냈기 때문에 CP가 요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법적으로도 CP는 망 사용자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조에서도 '이용자'를 "전기통신역무를 제공받기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와 전기통신역무의 이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ISP에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준 1심 재판부 역시 '이중과금'이라는 주장을 제기한 넷플릭스와 달리 통신시장을 양면시장으로 봤다. 재판부는 ISP인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로부터 망사용료를 받지 못하면 통신망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준 1심 재판부 역시 '이중과금'이라는 주장을 제기한 넷플릭스와 달리 통신시장을 양면시장으로 봤다. © News1

◇시장 성격·망중립성 등 기본 개념조차 합의되지 않는 망사용료 갈등

망사용료 논란에서 혼란을 빚고 있는 개념은 양면시장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망사용료 갈등에서 Δ망중립성 원칙 Δ접속과 전송의 차이 등 인터넷 기술의 개념에 대한 정의부터 양측은 다른 주장을 펴 논의 자체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일례로 넷플릭스에서는 망사용료 지급을 거부하는 이유로 '망중립성 원칙'을 내세우며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트래픽이라도 ISP가 거부하거나 속도를 낮추는 것은 망중립성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결국 인터넷 상에서의 전송은 무상이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망중립성에 관한 논의나 전송의 유상성에 관한 논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이같은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넷플릭스의 해석에 선을 긋기도 했다.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글로벌 OTT와 지속가능한 ICT 생태계 상생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조대근 서강대 겸임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2021.12.03/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학계 "망사용료, 문제 해결 위한 이해부터 힘들어…용어 정리돼야"

이처럼 개념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 학계에서는 "망사용료 문제에서 개념과 용어의 혼선이 불필요한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며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글로벌 OTT와 지속가능한 ICT 생태계 상생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도 망사용료 논란에 대해 망중립성 규제, 양면시장 이론, 착신 독점 이론 등 인터넷 기술을 둘러싼 이론이 복합적으로 엮여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한 이해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대근 교수는 "언론과 기관에서는 상호접속료, 망이용대가, 망사용료, 망이용료 등 제각각의 표현을 쓰는데 이는 비슷해 보이지만 엄격히 다지면 다른 뜻을 가질 수 있다"며 "(네트워크 시장은) 도매 시장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에 각자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주장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흥석 군산대 미디어문화학과 교수도 "망중립성 용어가 다층적, 위계적으로 구성돼 있어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망중립성이란 용어 자체가 가지는 다양한 오해, 혼선을 해소하기 위해 망 공정이용이란 용어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이날 Δ최소한의 시장 정보 파악을 위한 정부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Δ망사용료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한 해외 규제기관과의 정보 공유 Δ용어 정의 및 통일 Δ국내·외 제도 및 시장 연구 강화 Δ이해관계자들이 연구 성과를 두고 논의할 공론의 장 마련 등에 의견을 같이 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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