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비아그라가 치매 예방약 되나

김철중 논설위원·의학전문기자 2021. 12. 7.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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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 A 의사는 중증 고혈압 약을 매일 복용한다. 혈압은 그다지 높지 않으나, 탈모 방지용으로 먹는다. 두 가지 약제를 써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을 때 쓰는 미녹시딜이라는 약이다. 다모증 효과가 있어 이미 두피에 바르는 탈모 치료제로 나와 있다. 이제 그것을 저용량으로 쪼개 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A 의사는 생전 나지 않던 가슴에 털이 났다고 했다. 모낭에 혈류를 늘려서 발모 효과를 낸다는 논문들은 조금씩 나오나, 아직 정식으로 승인된 것은 아니다.

푸른색 다이아몬드 형태의 '비아그라'.

▶한센병 환자들이 일반인보다 7년 더 오래 산다. 왜 그럴까 서울대 연구팀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DDS라는 항생제를 수십 년째 먹고 있는 사실을 발견됐다. 한센병 박테리아를 없애는 약이다. 병이 나은 이후에도 재발 공포 때문에 평생을 먹어왔다. 한 알에 70원이니 부담도 없었다. 노화 원인인 활성산소를 만들어내는 효소를 DDS가 억제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한센병 약이 ‘장수 약’ 될 날이 올지 모른다.

▶본래 용처와 다른 효과가 발견되어 재탄생한 약물은 많다. 아스피린은 해열진통제로 쓰이다, 20세기 후반에 피를 굳지 하게 하는 ‘항혈전 효과’가 확인되어 현재는 심장병 예방용으로도 쓰인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먹은 환자들에게 머리카락이 늘면서 프로페시아라는 탈모 치료제로 나왔다. 항생제 내성이 심각하다지만, 1960년대 옛날 항생제를 쓰니 요즘 세균들이 꼼짝 못 하는 일도 벌어진다. ‘아재 개그’가 젊은이에게 새롭게 먹히는 것과 같다.

▶비아그라도 심장병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발기 효과가 발견되어 쓰임새가 바뀐 약이다. 폐동맥 고혈압 개선 효과도 보여 선천성으로 앓는 아기들도 먹는다. 미국 클리블랜드대 연구소가 비아그라 복용이 치매 발병을 69%까지 줄인다는 논문을 발표해 화제다. 기존 약물 1600여 종 대상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700여만명의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내는 신약 재창출 기법으로 새 효과를 찾았다. 이제 총명한 노년을 위해 비아그라를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코로나 중증 감염에 쓰는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도 신약 재창출로 찾은 것이다.

▶많은 제약회사들이 신약 개발에 수조 원을 쓰느니, 기존 약물의 새 용처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관련 논문이 최근 20년간 160배 늘었다. 유전체의학과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신약 부재 국가인 우리나라도 신약을 가질 기회가 왔다. 새롭게 만들진 못해도 있는 것 갖고 활용해 빨리 치고 나가는 것은 우리가 잘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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