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임기 말까지 ‘대못’ 박느라 바쁜 정부

김승범 사회정책부 차장 2021. 12. 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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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장밋빛 수소계획 수립, 수소기술 언제 개발될지 몰라
임기 내내 각 분야 대못 박기… 국민이 ‘유종의 미’라고 볼까

정부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서 탈(脫)원전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가 꼽힌다. 하지만 재생에너지가 전부가 아니다. 정부 계획에서 재생에너지와 함께 한 축을 이루는 게 있다. 수소다. 이 수소는 연료로 사용하면 물을 배출할 뿐 오염 물질이 나오지 않는다. 고갈될 염려도 없다. 대용량으로 장기 저장이 가능하다. 정부가 수소에 주목하는 것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소 경제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지난달 26일 열린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수소 생산, 인프라 구축, 활용까지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첫 법정 기본 계획이 수립됐다. 이 계획은 지난 10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의 실행 계획 성격도 띠고 있다. 정부는 2050년 발전·수송 등으로 국내에서 필요한 2790만t의 수소를 100% 청정수소로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2050년에는 수소가 석유를 제치고 국내 최대 에너지원(최종 에너지 소비 기준)으로 올라설 거라고 한다.

수소가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로 불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에 적용하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의 장밋빛 수소 경제 이행 계획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회의적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수소는 자연 상태에서 순수한 형태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수소를 연료로 쓰려면 수소화합물에 에너지를 가해서 수소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탄소가 발생한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 또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것이다. 천연가스 추출 방식으로 수소 1t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가 10t 발생한다. 탄소 제로(0)와는 거리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생에너지가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거나(그린수소) 기존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블루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전기가 충분히 공급될지 의문이다. 그린수소 관련 기술 연구도 우리는 초기 단계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역시 언제 상용화될지 모른다.

그나마 2050년 정부가 목표로 잡은 국내 수소 생산량은 그린수소 300만t, 블루수소 200만t이다. 나머지는 해외에서 들여와야 한다. 수급 불안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수소는 기체 상태로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영하 253도에서 액체로 만들어 특수 선박으로 들여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든다. 수소를 목표대로 조달한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2050년 국내 발전 비율에서 재생에너지(60.9~70.8%) 다음으로 높은 것은 ‘무탄소 가스터빈’(13.8~21.5%)이다. 수소를 연소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것인데 이 기술은 현재 국내에서 실험 단계다. 개발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기업들은 수소 경제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때문에 울상이다. 철강 업계는 석탄 대신 수소를 이용해 철강 제품을 만드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을 적용하는 데 100조원 넘게 들어갈 것으로 본다.

이렇듯 ‘수소 경제 이행’은 검토할 게 아직 산더미다. 그런데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부가 서둘러 법제화에 나섰다. ‘탄소 중립 대못’이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한 셈이다. 임기 초반부터 사회 각 분야에서 대못을 박으며 갈등을 불러일으킨 정부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대못을 들고 바쁘게 움직인다. 이를 두고 정부가 ‘유종의 미’라고 한다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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