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는 이봉주의 페이스메이커다
[경향신문]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첫째는 쉬지 않고 꾸준히 가야 하는 것이 그렇고, 둘째 숱한 좌절과 시련이 들락거리는 것이 그러하며, 셋째는 주저앉고 싶은 심정을 극복하며 골인지점을 향해 끝까지 처절하게 질주하는 자기와의 싸움이라는 것이 그렇다. 이봉주 선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수상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까지 올림픽에 4회 연속 출전하는 등 지금까지 공식 경기에서만 마라톤 풀코스를 41회 완주했다. 특히 도쿄 국제마라톤에서 세운 한국 최고기록(2시간7분20초)은 20년이 넘도록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병마조차 그를 꺾진 못했다. 국민영웅 이봉주가 오랜 병마를 딛고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필자는 지난달 28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이봉주 쾌유 기원 마라톤’대회 현장을 찾았다. 투병 이후 언론에 빠른 쾌유와 안타까운 마음을 글로 표현했지만, 정작 이봉주 선수와의 만남은 처음이었다. 대회 출발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전 마라톤 국가대표 이홍열, 86년 서울 아시안게임 3관왕 임춘애와 쌍둥이 두 아들, 육상 남자 100m 최고 기록 보유자 김국영, 부천시육상연맹 회장 노문선, 그리고 캘리그래피 작가 박소윤 등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또 이봉주 선수를 아끼고 사랑하는 195명의 사람들이 ‘나는 이봉주 페이스메이커다’란 글귀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쾌유를 빌기 위해 대회에 참여했다. 이날 필자는 페이스메이커로 함께 트랙을 달리면서 마이크를 잡고 ‘이봉주 파이팅’을 외쳤다.
마라톤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42.195㎞의 코스에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 이봉주 선수에게 특별히 제작된 ‘인생은 마라톤’이 새겨진 도자기를 선물했다. 우리는 이봉주 선수가 지금의 힘든 시간을 마라톤처럼 잘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란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이봉주 선수가 병마를 극복하고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김원식 | 전 올림픽 국가대표 마라토너·스포츠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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