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의 문화경제시대] 수수께끼 같은 '중2병'.. 문화예술교육 강화에 해법 있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2021. 12.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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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6 때 책 50권 읽던 아이들, 중2 되면 17권으로 줄고 게임 시간 늘어
초등 '돌봄'과 고교 '대입' 사이 공백 메울 문화예술교육 도입 어떨까
전문가들에게 연극·영화·미술 등 배우게.. 치유·교육·고용 '1석 3조'

코로나 기간에 우리 교육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한국의 교육 행정이 돌봄과 대학 입시, 두 가지를 기본 축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눈에 띄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확진자가 나오는 긴급 상황을 제외하면 거의 문 닫지 않고 돌아갔다. 초등학교도 돌봄교실은 멈추지 않았다. 하다못해 태권도장 특공무술 같은 곳들도 돌봄 기능이 있다는 이유로 먼저 문을 열었다. 대입과 관련된 고3 교실과 입시 학원들도 우선적으로 문을 열 수 있게 행정이 돌아갔다. ‘대입’과 ‘대학’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 교육 행정의 우선순위에서 대입은 중요하지만 정작 대학은 그리 중요치 않아 보인다는 것도 아이러니였다. 대학생들에게 좀 더 빨리 백신 접종을 해도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제 초·중·고가 전면 등교를 하는 시점이지만, 대학에서 전면 대면 수업은 여전히 극히 어렵다.

/일러스트=이철원

돌봄과 대입 기능에서 모두 벗어난 교육기관이 중학교다. 코로나 초기부터 중학교는 우선순위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중등교육을 살펴보다, 중2병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보았다. 이게 뭘까? ‘예전보다 사춘기가 일찍 온다’는 식의 설명은 호르몬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미운 다섯 살’부터 어린이집, 중학생까지, 아이들에게 발생하는 특이한 현상은 전부 사춘기 혹은 성조숙증처럼 호르몬 이상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현장 교사나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중학교 2학년의 특징으로 얘기하는 것은 독서량 감소와 게임 중독이다. 독서량 감소 문제를 곰곰이 짚어 보자.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19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를 봤다. 우리나라 성인은 1년에 7.3권을 읽는다. 두 달에 한 권 좀 넘는 수치다. 책을 제일 많이 읽는 때는 초등학교 4학년으로 연간 87.3권을 읽는다. 6학년이 되면 50.2권으로 줄어든다. 고1은 8.8권, 고3이 되면 8.4권이 된다. 독서량만 보면 고1 때 이미 7.3권인 성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오히려 극적인 변화는 중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독서량이 25권으로 급감하고, 중2는 17.3권으로 오히려 중3의 18.3권보다 적다. 독서 교육의 눈으로만 본다면, 중1과 중2, 여기에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 시기에 게임하는 시간이 늘고 독서량은 줄어드는데, 이와 함께 사회가 ‘중2병’이라고 부르는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 듯하다. 특목고와 일반고 진학이 대개 결정되고, 자신이 성공으로 가는 트랙에 올라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순간 상실감을 느끼게 된 것일 수도 있다.

국영수 중심의 입시 교육을 강화하거나, 독서 교육을 강화해 독서량을 늘리는 것 같은 대증요법은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발상의 전환이, 좀 더 나은 중학 교육을 위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공교육 내에 연극이나 영화처럼 흥미와 의미를 같이 줄 수 있는 교육을 좀 더 강화할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미술 교육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전문가들에게 카메라와 촬영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폭넓게 부여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학교별 영화제나 연극제를 만들어 가고, 전국 대회가 열려 많은 사람이 함께 중학생들이 만든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즐기는 축제를 상상해 본다.

제도적 측면도 살펴보자.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 이미 2005년에 제정돼 있다. 이 법 17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교육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동아리활동·축제·학예회·발표회 등 학교문화예술 활동 및 행사를 지원할 수 있다”고 관련 활동을 규정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이미 정부 기관으로 설립돼 운영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고용 실적을 기계적으로 따지는 방식으로 문화 교육이 지나치게 좁게 이뤄지고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좀 더 교육 목적에 집중해서 운영하면 된다. 제도가 아니라 예산과 그 운용의 문제다.

산업으로서의 문화경제와 교육이 만난다면, ‘중2병’을 즈음한 시기가 그 접점이 될 수 있다. 자라는 아이들의 특정한 한 시기에 광범위하고 폭넓은 문화 교육의 장을 여는 것은 여느 선진국에서도 사례가 드물 것이다. 고용과 부가가치 그리고 치유가 만나는 지점을 같이 모색하면 어떨까. 문화와 교육이 만나 경제가 되는, 새로운 경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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