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54] 기후변화와 이혼율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2021. 12.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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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때문에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가 드디어 부부 생활에도 영향을 끼치는가 걱정스럽겠지만 인간이 아니라 바닷새 앨버트로스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포르투갈 리스본대 연구진은 남미 포클랜드 제도에서 15년 동안이나 수행한 연구 결과를 최근 영국왕립학회회보에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인한 바닷물 온도 상승이 이혼을 부추기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고했다.

2004년에서 2019년까지 축적한 데이터에 따르면 평소 4% 미만이던 이혼율이 해수 온도에 정비례하며 올라 2017년에는 7.7%를 기록했다. 2018년과 2019년에 수온이 떨어지자 이혼율도 다시 감소했다. 흥미롭게도 바닷물 온도가 오른 해에는 이전 해에 새끼를 비교적 잘 길러낸 암컷들이 더 적극적으로 배우자를 버리고 새 짝을 찾았다. 번식 실패보다 환경 변화가 이혼율 변화와 더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갈매기, 제비갈매기, 슴새 같은 바닷새들은 일부일처제에 매우 충실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주립대 주디스 핸드(Judith Hand) 교수는 캘리포니아 갈매기 부부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한다는 관찰 결과를 내놓아 학계를 놀라게 했다. 갈매기는 평생토록 부부의 연을 맺을 뿐 아니라 양육 임무도 동등하게 나눈다. 인간 사회의 맞벌이 부부에게는 누가 아이를 돌보느냐가 첨예한 이슈지만 갈매기 부부는 서로 집에 있으려 해서 문제다.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 일이 둥지에 앉아 있기보다 훨씬 고달프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갈매기 부부의 일과를 분석해보니 교대 시간이 특별히 길었던 부부들이 갈라섰다. 앨버트로스는 수온 상승으로 먹이를 구하기 힘들어진 수컷이 뒤늦게 서식지에 도착해 이미 다른 수컷과 살림을 차린 암컷을 발견하는 비극이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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