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과도한 가로수 경관조명, 나무 생태 해친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 2021. 12.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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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가로수 및 정원에 야간 경관 조명을 설치하기 위해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장식 전깃줄을 칭칭 동여맨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겨울철 도심 가로수를 이용해 장식용 전구를 설치, 어두운 길도 밝히고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지만 수많은 전구에서 나오는 열과 빛은 나무 생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강한 불빛의 장식 전구를 몸에 감은 가로수들은 겨우내 몸살을 앓게 된다.

요즘 장식 전구로 많이 사용하는 LED 전구의 빛은 대개 최대 100럭스(lux) 이하로 하루 4~6시간 동안 사용할 경우 가로수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상 불을 밝힐 경우 나뭇잎의 호흡량을 증가시키고 열 피해도 입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무가 낮에 흡수한 이산화탄소는 밤에 저장하는데, 빛 공해는 탄소 저장을 하는 나무의 생태 리듬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 요즘 경관 조명 빛의 세기가 낮은 은은한 가로수길보다 과다하게 밝은 곳이 많아지고 있어 걱정이다.

야간의 빛 공해는 동식물 생리 리듬에 영향을 미친다. 밤에 잠자리로 돌아오는 새들에게 경로 선택에 영향을 주고, 식물은 잎을 더 키워 성장하거나 꽃을 피우기도 한다. 낮은 조도에서도 광합성이 가능한 덩굴식물은 도시의 빛으로 야간에도 덩굴 생장을 계속한다. 겨울은 나무의 휴식기다. 다가오는 새봄을 위해 쉬어야 하는 시기다. 겨울철 햇빛이 줄면 동물도 겨울잠을 잔다. 도심 가로수의 야간 경관은 나무와 새, 곤충 등의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나무와 숲이 쉴 수 있도록 해야 내년에도 더 풍성한 생태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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