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만들던 회사는 전기차, 車 만들던 회사는 폰 만든다

김아사 기자 2021. 12.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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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자동차, 사라지는 경계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이달 중에 스마트워치를 출시할 계획이다. 심박·걸음수 측정 같은 헬스케어 기능 이외에 차량의 문과 창문을 여닫거나 시동까지 걸 수 있는 자동차키와 모바일앱 기능까지 탑재한다.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는 지난 3일 중국 전기차 기업 싸이리스와 손잡고 SUV 전기차 ‘아이토(AITO)’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화웨이의 스마트폰용 운영체제(OS)인 훙멍(鴻蒙)을 자동차에 탑재하겠다는 것이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 부문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30년간 화웨이가 축적한 정보·통신 기술을 전기차에 쏟아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블루파크와 함께 자율주행 전기차도 개발하고 있다.

IT와 자동차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IT와 자동차 업체들이 기술 제휴를 넘어 상대의 고유 산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산업에서 갈수록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전기차 확산이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IT 기업이 전기차를 만들고 자동차 메이커가 로봇과 웨어러블 기기를 만드는 시대다. 전기차 업체 비야디는 차량 스마트키 역할을 하는 스마트워치를 이달 내놓을 예정이다. /비야디 제공

◇전기차 시장 넘보는 IT 업체들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 업체 샤오미는 지난 8월 전기차 법인을 설립했다. 이들은 베이징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 공장을 설립한 뒤 2024년부터 생산된 차량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전자기기 위탁생산 업체 폭스콘도 지난 10월 전기차 ‘폭스트론’의 3가지 모델을 공개했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 업체 오포는 인도에서 100만원 안팎의 전기 스쿠터를 먼저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인 바이두, 최대 쇼핑몰인 알리바바도 일제히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2024년 전기차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애플도 축적된 반도체·소프트웨어 기술을 자동차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애플이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을 관장하는 핵심 반도체 칩 개발을 상당 부분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칩을 개발한 것은 자동차 전문가가 아니라 아이패드와 아이폰 칩을 만든 ‘애플 실리콘’ 개발팀인 것으로 알려졌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IT기기를 개발하던 인재들이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산업 간 소프트웨어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T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을 넘보는 것은 전통적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전기차 제작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우수한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능력만 있다면, 제조를 외부에 맡기는 위탁생산을 통해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겨뤄볼 만하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최대 절반 가까이 부품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테슬라는 내연기관차에 70여 개가 들어가던 ECU(전자제어장치)를 4개로 줄였다.

현대차는 로봇개 스폿과 2족 로봇 아틀라스로 유명한 미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의료용·산업용 로봇 시장을 노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자동차 업체는 웨어러블, 모바일 시장 진출

자동차 업체들도 비(非)자동차 분야의 매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지리자동차는 최근 스마트폰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지리홀딩스는 지난 10월 모바일 기기 회사를 설립하고 1~2년 내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리슈푸 지리 자동차 회장은 “자율주행과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기술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지난해 미국 로봇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의료용·산업용 로봇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다른 분야에 진출하려면, 유행보다는 실제 시장과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막대한 비용만 날리고 제대로 시장에 진입조차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가전기업 다이슨은 ‘아이디어와 디자인에서는 우리가 최고’라며 조 단위 투자금을 전기차 개발에 쏟아부었다가 2019년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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