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공룡 시대의 나무 '메타세쿼이아'
[경향신문]
공룡 시대에 번성한 나무 가운데 ‘메타세쿼이아’가 있다. 4000만년 전에 찾아온 빙하기에 멸종한 식물로 알려졌던 이 특별한 나무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건 1941년이다. 그때 양쯔강 상류에서 중국의 산림공무원이 발견한 특별한 나무가 세상에서 이미 사라진 걸로 알려졌던 세쿼이아 종류의 나무임을 밝혀내고, 세쿼이아 이상의 나무라는 뜻에서 ‘메타세쿼이아’라는 학명을 붙였다.
우리나라에서 메타세쿼이아를 심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였다. 처음에는 건축내장재로 이용하기 위해서였고, 가로수로 심은 건 1970년대에 전남 담양군이 시작이었다. 그때 담양군에서는 이름조차 생경했던 3, 4년생의 어린 메타세쿼이아를 국도 가장자리에 줄지어 심었다. 그로부터 50년쯤 지난 지금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이자, 담양의 대표적 관광지가 됐다.
공교롭게도 이 길이 널리 알려진 건, 메타세쿼이아를 모두 베어낼 위기가 계기였다. 2000년 광주-순창 간 국도 확장 계획 때의 일이다. 확장 공사가 진행되면 도로변의 메타세쿼이아는 모조리 베어내야 했다. 그때 담양군민들은 ‘메타세쿼이아 살리기 연대’를 결성해 나무 지키기에 나섰다. 그들의 노력은 널리 알려졌고, 채 익숙지 않던 메타세쿼이아의 아름다움도 더불어 알려졌다. 마침내 2002년에는 산림청과 생명의숲가꾸기 국민운동본부가 이 숲을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그사이에 메타세쿼이아의 아름다움에 경탄한 다른 지방에서도 메타세쿼이아를 가로수로 심어 키우게 됐고, 메타세쿼이아는 도시의 풍광을 아름답게 하는 대표적인 가로수이자 풍치수로 환영받는 나무가 됐다.
담양 군민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자칫 사라질 뻔했던 건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메타세쿼이아를 심어 키우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우리 곁의 나무를 지키려는 평범한 시민들의 노력이 마침내 공룡 시대에 번성했던 오래된 생명체를 우리 곁에서 넉넉히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고규홍 천리포수목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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