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선량한 정책' 아닌 '자유의 정책'을

2021. 12. 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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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주52시간제·임대차법
의도와 달리 약자의 삶 어렵게 해
선량한 규제는 포퓰리스트의 '교언'
규제 본능은 닫힌 작은사회 유물
사유재산과 경제적 자유 보장
시장의 자생적 질서 작동케 해
민경국 <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선량한 국가에 의한 선량한 규제는 필요하다.” 이는 “마구 식당을 열어서 망하는 것도 자유가 아니다”면서 제기한 음식점 허가 총량제에 덧붙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말이다. 선량한 규제의 예는 좌파 정권의 정책에서 차고 넘친다. 저소득층의 삶을 개선하겠다며 도입한 최저임금 인상, 전·월세 폭등을 잡아 집 없는 사람들의 서러움을 달래주겠다며 도입한 임대차 3법, 저녁이 있는 삶을 누려야 한다면서 도입한 주 52시간 근무제 등 그런 규제의 목적은 갸륵하다. 사람들이 정부의 규제를 좋아하는 이유다. 게다가 의도한 대로 바람직한 결과를 안겨준다고 한다.

규제낙관주의의 바탕에는 규제 후에도 전·월세가 규제한 대로 낮을 것이라는, 또는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 수요에 어떤 영향도 없이 저소득층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순박한 전제가 깔려 있다. 규제를 ‘소망스럽지 못한’ 시장사회의 역동성으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전·월세 폭등을 잡겠다던 임대차 3법이 전·월세 폭등을 불러온 걸 보라. 부동산 난맥상을 초래한 부동산 규제를 선량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실업 증가·양극화 심화 등 온갖 부작용을 낳았고 약자의 삶을 더 어렵게 하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량한 규제라고 말하는 건 말의 남용이다.

선량한 규제라고 쏟아내는 정책을 보면 하나같이 특권·차별적이다. 이런 성격의 백미(白眉)는 모두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의 정치다.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차별 없이 보호해야 한다는 법치의 위반이 선량한 규제다. 국가는 약자를 포용해야 한다면서 빚을 얻어서까지 추진한 퍼주기식 복지정책은 후세대를 강제로 희생해서 현세대의 편익을 증대하는 국가의 약탈 행위와 다르지 않다.

여성, 인종, 성소수자 등 경제·사회적 약자를 우대하겠다며 제정한 ‘차별금지법’은 시민은 신분과 관계없이 똑같이 다뤄야 한다는 법 앞의 평등을 위반한 것이다. 자유를 위한 투쟁의 목표로 인정했을 만큼 고귀한 가치가 법치의 핵심을 구성하는 법 앞의 평등이 아니던가! 법 앞의 평등은 자유를 파괴하지 않고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평등이라는 걸 주지해야 한다.

요컨대, 갖가지 재앙을 낳고 자유 사회의 유서 깊은 법치를 위반하는 게 선량한 정치다. 선량한 규제는 네모난 원과 똑같이 모순된 표현이다. 그래서 그건 규제를 감성적으로 포장한 포퓰리스트의 ‘교언(巧言)’일 뿐이다. 그러함에도 규제낙관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그런 마인드는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흥미롭게도 규제 성향은 나와 그리고 내가 아는 몇 사람끼리 얼굴을 마주하면서 살았던 아주 작은 사회에 적응된 정신구조의 산물이라는 게 진화심리학의 탁월한 인식이다.

시대적으로는 인간의 본능과 심리적 구조가 형성하던 석기시대였다. 원시사회는 규모가 작고 단순사회였기에 지도자의 선량한 명령·지시는 의도한 대로 선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소수의 사람이 끼리끼리 사는 닫힌 작은 사회엔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요인이 없었을 것이다. 제로섬 마인드, 유대감, 편가르기 집단주의 등 반(反)시장문화의 문법과 함께 규제 본능이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반시장 정서와 함께 규제 본능은 대대손손 이어받아 현대인의 사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열린 거대한 사회다. 시장사회의 ‘문화적 문법’은 소유·인격·자유의 존중, 정직, 자기 책임 그리고 법 앞의 평등이다. 이런 사회에 대한 규제는 항상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특히 의도했던 바람직한 결과와는 정반대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열린 거대사회에서 필요한 건 이른바 ‘선량한 정책’ 대신에 규제를 풀고 세금을 내리고 정부 지출을 줄여 누구든 똑같이 사유재산과 광범위한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의 정책’이다. 자유의 정책을 통해 비로소 시장은 빈곤 고용 성장 환경 양극화 젠더 등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생적 질서’로서 작동한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열린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하는 건 선량한 정치가 아닌 자유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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