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규칼럼] 윤석열 리더십 리스크

박완규 2021. 12. 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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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민의힘 선대위 공식 출범
인적쇄신 나서면 갈등 불거질 것
한 달 난맥상, 尹 정치력 실망 낳아
왜 대통령이 되려는지 설득해야

어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윤석열 대선후보가 선출된 지 한 달 만에 본격적으로 대선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그동안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온갖 진통 끝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김병준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등으로 지도부가 꾸려졌다. 윤 후보는 연설을 통해 “공정이 상식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당 선대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했다.

‘김종인 원톱 체제’라지만 갈등 요인이 적잖게 내재돼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 수락 선결조건으로 요구했던 선대위 인적쇄신이 가시화할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어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현재 선대위 내 비서실에 따로 정책실이 있고,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는 또 따로 있다. 이 부서에서 이 얘기하고 저 부서에서 저 얘기하면 선대위가 제 기능을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김종인 사단이라 불리는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선대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총괄상황본부장에는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임명됐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전략기획실장을 맡을 예정이며 금태섭 전 의원도 중용될 전망이다. 이준석 대표가 문제 삼은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이라는 뇌관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다. 선대위 운영 과정에서 언제든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완규 논설위원
그간의 난맥상에서 드러난 윤 후보의 리더십이나 정치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지방 출장 중인 시점에 기습 입당했고 대선후보가 된 뒤에는 충청 방문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이준석 패싱’ 논란을 자초했다. 이 대표를 길들이려 한다는 의혹까지 낳았다. 김종인 위원장을 향해서는 “그 양반”이라 지칭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고, “킹메이커는 국민과 2030 여러분”이라며 거리를 두기도 했다. 이 대표의 당무 거부 파동과 김종인 위원장 영입 무산 위기로 선대위 의사결정 과정에 혼란이 지속되고 정책 비전 제시 기능도 동력을 잃었다. 그런데도 윤 후보는 이런 상황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의 여론조사 지지율 접전 양상을 보이자 부랴부랴 이 대표와의 ‘울산 회동’을 성사시켜 파국을 막았지만 여진이 크다.

윤 후보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검증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대중적 리더십을 익힐 기회도 적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그에게서 검찰의 태도나 문법이 엿보인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2일 윤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여기가 명령만 하면 착착 움직이는 검찰 공무원 세계가 아니다. 모두의 개성을 존중하고 상호협력해야 하는데 검찰공무원 다루듯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고 전했다. 이날 윤 후보와 당 상임고문단 간 오찬 모임에서 신경식 고문은 “윤 후보가 검찰에서 법을 휘두르던 성격을 가지고 정치를 하면 잃어버리는 표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이야기다.

만일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숱한 장애물을 헤쳐나가야 한다. 국회 180석 범야권 때문에 대통령의 정치 공간이 대폭 줄어들고 여야 간 극한투쟁이 벌어질 수 있다. 이때야말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럴 만한 준비가 돼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미국 경영학자 제임스 마치는 리더십의 근본으로 배관공사와 시(詩)를 꼽는다. 배관공사는 이미 알려진 기술을 효과적으로 적용해 일상적인 일에서 조직의 효율성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리더십은 또한 행동의 의미를 발견하고 삶을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시인의 재능을 필요로 한다. 마치는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말은 그것이 불러내는 힘을 통해 비전과 시적 언어를 만들도록 해주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가르치도록 해준다.”

윤석열 리더십은 리더십의 두 가지 근본에서 실패했다. 만회할 시간이 많지 않다.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윤 후보는 앞으로 자신이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를 국민에게 설득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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