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코끼리 뜨고 용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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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21세기 세계정치의 중심 화두인 것은 틀림없지만 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의 경쟁 또한 장기적으로 중요한 지구촌의 쟁점이다.
중국이 지난 40여년 동안 급부상해 미국과 어깨를 견주게 된 배경에는 빠른 성장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인구도 큰 몫을 담당했다.
유엔은 인도가 2060년 17억명의 인구 최고치에 달한 다음 차츰 인구가 줄어든다고 예측했으나 실제 그보다 빨리 2050년에 16억명 규모의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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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경쟁력'.. 고령화 충격에 대비해야
다만 지난달 24일 인도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인도도 인구 변화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다. 전국 출산율이 2명, 즉 한 사회의 인구 규모가 유지될 수 있는 2.1명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 지역의 출산율은 1.6명으로 인도의 장기적 인구 전망을 가늠할 수 있게 해 준다. 유엔은 인도가 2060년 17억명의 인구 최고치에 달한 다음 차츰 인구가 줄어든다고 예측했으나 실제 그보다 빨리 2050년에 16억명 규모의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뜻이다.
지구촌에서 인도보다 더 오랫동안 인구 증가의 추세가 지속할 지역으로는 아프리카를 손꼽는다. 예를 들어 1950년 나이지리아의 인구는 3800만명에 불과했으나 이미 2억명에 가까운 수준이 되었고, 2050년에는 4억명을 넘어설 예정이다. 앞으로 30년 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전체 인구는 22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인도나 아프리카의 인구가 아직 젊고 여전히 불어나는 경향이라면 유럽과 동아시아는 반대로 인구의 고령화와 축소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특히 러시아, 남유럽, 중·동 유럽은 문제가 심각하다. 이민에 적대적인 중·동유럽은 2050년까지 인구가 15% 줄어들 예정이다. 한국·일본·중국 등 동아시아는 압축적 경제발전을 이룬 만큼이나 놀라운 초고속 고령화와 인구 축소를 경험하고 있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브뤼노 테르트래는 ‘인구 충격’이라는 저서에서 이제 지구촌은 너무 많은 인구 때문에 자원이 부족하다는 200여년 전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맬서스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래의 인류를 위협하는 현상은 인구의 증가가 아니라 정체와 노화라면서 이제 그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테르트래는 현재 78억명 정도인 인류가 2050년 97억명의 정점을 찍고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캐나다의 대럴 브리커와 존 이빗슨은 ‘텅 빈 지구’라는 저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주 장기적으로 본다면 인류가 지구에서 점차 사라지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연구자들의 주장은 아직 생소하게 다가온다. 우리의 사고는 두 세기 동안 진행된 근대화 속에서 인구 폭발이 가져올 기근과 전쟁이라는 불행한 시나리오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너무 많은 인간의 과도한 생산과 소비라는 패러다임도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 불과 30여년 전 한국을 상기해보자. 1980년대 “삼천리는 초만원”, “둘도 많다” 구호가 지배하던 시대를 말이다. 인구만큼 정부와 전문가 집단의 근시안적 습관을 잘 보여주는 분야는 드물다. 30년 뒤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노쇠하고 비어가는 한반도를 살리기 위해 국가 패러다임의 근본부터 바꾸는 일에 일찍 착수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지.
조홍식 숭실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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