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스페이스포럼2021] 미국은 소행성 방어 연구..한국도 아포피스 향해 첫 탐사 길 연다

이정아 기자 2021. 12. 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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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리브킨 미국항공우주국(NASA) 다트 연구책임자(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실 교수)가 ‘쌍(雙)소행성 궤도수정 시험(DART·다트)’ 미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코리아 스페이스포럼 2021 영상 캡처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 이야기는 영화로도 여러 번 만들어졌을 만큼 과학자나 일반 대중에게 뜨거운 주제다. 우주과학자들은 지구에 가까이 접근하는 소행성에 우주선을 부딪혀 지구와 부딪히지 않고 빗나가게 하거나, 소행성 표면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코리아스페이스포럼 2021’에서는 국내외 과학자들이 지구 근접 소행성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 사례들을 소개했다. 

앤드류 리브킨 미국항공우주국(NASA) 다트 연구책임자(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실 교수)는 "자연재해 중에서도 인류가 수 년 전에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려고 하는 것이 소행성 충돌"이라며 "소행성 자체를 파괴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 mm만 밀어 움직이는 방향만 살짝 바꿔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참여하는 ‘쌍(雙)소행성 궤도수정 시험(DART·다트)’ 미션은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있는 소행성에 우주선(다트)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일이다. NASA는 지난달 23일 오후 10시 21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다트를 발사했다. 내년 9월 26일과 10월 1일 사이에 지구 근접 소행성 디디모스와 그 위성 디모르포스에 충돌할 예정이다.

리브킨 책임자는 "디디모스는 지름이 약 780m로 지구상 가장 높은 건물인 부르즈칼리파와 비슷하고 디모르포스는 지름 163m로 이집트 피라미드와 비슷한 크기"라며 "크기가 19m로 비교적 작은 다트 우주선으로도 충분히 이들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모르포스가 디디모스를 공전할 때 달라지는 빛의 밝기를 측정해 공전 주기와 궤도를 관찰해 왔다. 다트가 충돌한 뒤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두 소행성의 정확한 위치와 충돌 시간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얻었다. 

리브킨 책임자는 이탈리아우주국(ASI)에서 설치한 큐브샛 LICIA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디디모스는 2003년부터 레이다로 측정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가 많지만 실제 타깃인 디모르포스에 대해 알아낸 것은 부족하다"며 "충돌 열흘 전쯤 우주선에서 분리돼 디모르포스를 충돌하기까지와 충돌하는 순간을 촬영해 이미지를 전송해주는데, 여기서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짐 벨 NASA 사이키 임무 공동 연구책임자(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지구및우주탐사대학 교수)는 세계 최초로 금속 천체를 탐사하는 미션에 대해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금속 천체는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위치한 16사이키다. 대부분 소행성이 탄소나 규산으로 이뤄져 있지만 사이키는 지구의 핵처럼 철과 니켈, 금, 백금 등 금속이 주요성분이다. 

벨 책임자가 속한 NASA 사이키 임무 팀은 내년 8월 사이키를 탐사할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지구와 사이키가 가장 가까워지는 2026년 1월쯤 도착 예정이다.

사이키는 19세기에 발견됐으며 베누나 에로스 등 다른 소행성에 비해 크기가 크다. 하지만 사이키에서 금속 성분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와 다른 성분이 무엇이며 얼마나 되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 결과에 따라 '금속 대부분과 빈 공간', 또는 '금속과 규산염, 빈공간' 으로 보는 등 사이키의 정체에 대해선 아직도 뚜렷하게 알지 못한다. 

벨 책임자는 "(이번 임무를 통해) 사이키의 모양이나 질량, 중력, 자기장을 관측하고 감마선 중성자 분광기 등으로 표면에서 니켈이나 황, 카본 함량 등을 측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할 예정"이라며 "사이키의 구성성분 뿐 아니라 행성의 나이와, 진화 단계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까지 알아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파트릭 미셸 프랑스 코드다쥐르천문대 헤라(HERA) 연구책임자(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 라그랑주연구소 선임연구원)는 다트가 충돌한 다음에 진행하는 연구에 대해 설명했다. 헤라는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탐사선으로 2023년쯤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를 향해 발사할 예정이다. 헤라 연구팀은 다트 탐사선이 소행성이 부딪친 뒤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분석하는 임무를 맡았다. 

헤라 탐사선에는 소행성 관측 카메라와 라이다, 열적외선화상기(TIRI), 초분광영상기, 그리고 두 가지 큐브샛이 장착돼 있다. 하나는 소행성 내부와 중력장, 표면을 관찰하는 주벤타스큐브샛이고 다른 하나는 광물, 우주날씨, 먼지측정, 중력장을 관측하는 밀라니큐브샛이다. 
 
미셸 책임자는 "헤라의 미션은 다트 충돌 시 운동량을 측정하는 것과 충돌 크레이터의 형태와 크기를 관찰하는 것"이라며 "충돌시 산란물이 얼마나 생기냐에 따라 우주선의 운동량이 증가할 수 있고, 수치모델로 예상한 충돌 결과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셀 책임자는 이미 소행성대에서 흔히 일어나는 소행성 간의 충돌 과정과 변화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개발했다. 지난 해에는 이 시뮬레이션으로 소행성 베누와 류구가 하나의 소행성에서 기원했음을 밝혀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미셸 책임자는 "디모르포스처럼 지름이 큰 천체는 중력에 따라 원심력이 달라지고 생명체 존재 여부가 달라진다"며 "디모르포스 자체 관측 결과 뿐 아니라 다트의 임무, 헤라의 물체 속성 규명 실험 결과까지 확인하면 디모르포스가 중력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거대한 지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한국의 소행성 탐사 임무에 대한 발표도 있었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아포피스 동행비행 임무 연구책임자)이 한국 최초 소행성 탐사에 대해 소개했다. 최 책임연구원은 천문연에서 달과 태양계 소천체, 행성과학, 우주 감시에 대해 연구해온 전문가로, 태양계를 6~7년 주기로 돌고 있는 소행성 아포피스에 아주 가깝게 탐사선을 접근시켜 탐사하는 임무를 계획하고 있다.

최 책임연구원은 "아포피스는 지름이 380m쯤 되며 지상 망원경으로는 하나로 보이지만 레이다로 관측하면 두 개가 붙어 있는 듯이 보인다"며 "만약 그렇다면 지구에 근접할 때 예상 경로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아포피스의 구성성분을 분석하는 일은 다트 미션만큼 지구 방위에 중요한 문제"이며 "이 정도 큰 천체가 이렇게 지구 가까이에 다가오는 것은 2029년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천문연의 계획대로라면 한국의 첫 소행성 탐사선은 누리호의 차기 개량형 모델에 실려 2026년 말에 발사된다. 2028년 12월 탐사선이 아포피스 공전궤도에 들면 지구 중력에 소행성의 자전 주기와 표면 구조가 달라지는 모습을 생생히 전할 예정이다.

아포피스는 자전을 하면서 세차운동을 해 비틀비틀 하듯이 자전을 한다. 최 책임연구원은 "자전 특성과 자전 동안 표면 변화, 공전 궤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 지구를 스쳐지나갈 때 산사태나 지진 같은 영향 등을 연구할 수 있다"며 "이 연구를 통해 지구 근접 소행성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책임연구원은 2030~2035년 소행성대의 소행성 샘플을 채취해오는 계획도 소개했다. 그는 "그러려면 후속 발사체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위성자율비행이나 샘플링을 위한 로보틱스, 재진입을 위한 비행역학 등 선행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천문연과 항우연, 재료연, 원자력연 등 출연연뿐 아니라 KAIST 등 대학과 벤처기업의 협업이 필요하다"며 "지금부터 준비해야 계획했던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 스페이스포럼 2021 현장 모습. 고재원 기자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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