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중 교육·민중의 세상 위해 펜·행동으로 사회변혁 이끈 '지성'..송기숙 교수 별세

이혜인 기자 2021. 12. 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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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신정권 시절 민주화운동
‘녹두장군’ 등 소설가로도
한국 문단에 큰 족적 남겨

소설 <암태도> <녹두장군> <파랑새> 등의 작품을 통해 민족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본령을 지켜온 것으로 평가받는 송기숙 전남대 명예교수가 지난 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고인은 1935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장흥 중·고등학교, 전남대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졸업 이듬해인 1965년 문학잡지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이상서설>로 등단했다. 이후 반봉건·반일 민중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을 써내며 민족주의 리얼리즘의 본령을 지켜온 문인으로 평가받았다. 그의 대표작인 <녹두장군>(1994)은 13년 집필 끝에 탈고한 12권짜리 대하소설로, 동학농민운동을 장구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암태도> <재수 없는 금의환향> <파랑새> <개는 왜 짓는가> <오월의 미소> <마을, 그 아름다운 공화국> <자랏골의 비가> 등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소설 20여편을 남겼다.

1973년 현대문학상을 비롯해 만해문학상(1994), 금호예술상(1995), 요산문학상(1996), 후광학술상(2019) 등을 받았다. 고인은 후광학술상 수상 직후 상금 전액을 전남대에 대학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고인은 30여년간 목포교육대와 전남대 국문과에서 교편을 잡았다. 1978년 전남대 국문과 교수 시절 유신 정권이 교수들에게 학생 감시 차원에서 ‘학생 지도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동료 교수들과 함께 ‘우리의 교육지표’라는 선언문을 발표하며 항의하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돼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투옥됐다. 1년간 복역한 뒤 석방됐으나 복직은 하지 못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맞아 시민군 협상대표인 수습위원으로 활동했으나, 그로 인해 내란죄로 신군부에 붙잡혀 투옥돼 다시 1년간 옥고를 치렀다. 해직 7년 만인 1984년 복직해 2000년 정년퇴직 때까지 전남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고인은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과 한국현대사 사료연구소장, 전남대 5·18연구소 소장, 청와대 소속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초대 위원장 등의 활동을 하며 사회 참여를 하는 문인으로서의 행보를 보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족 측은 “지병으로 오랫동안 고생을 하셨으나 편안히 눈을 감으셨다”며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르고 있어 조문은 정중히 사절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애씨, 4녀1남의 자녀들이 있다. 빈소는 서울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7일 오후 1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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