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매립 실태조사 없이 서대구역 이어 역세권 개발

글·사진 백경열 기자 2021. 12. 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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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구시, 광장·복합환승센터 추진
건물 안전·환경오염 우려에도 “민간업자가 처리하면 돼”

지난달 30일 대구 서구 KTX 서대구역 진입로의 모습. 내년 초 개통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공사 자재 등이 진입로 위에 놓여 있다.

대구시가 다음달 개통 예정인 KTX 서대구역 일대에 대형 광장과 복합환승센터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역세권 개발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 일대는 1970년대 각종 생활폐기물과 산업폐기물 수십만t이 매립됐던 곳임에도 폐기물 매립면적과 규모·성분 등에 대한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대구시가 실태조사와 처리 방안 등에 대한 체계적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성급하게 사업을 벌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는 3만294㎡ 규모의 광장을 2023년까지 조성할 방침을 세웠다. 대구시는 지난달 23일에는 서대구역사 주변 개발 계획도 발표했다. 서대구역사 남·북쪽 일대의 국공유지 약 3만㎡ 부지를 확보해 복합환승센터를 짓는 것이 골자다. 이곳에는 민간투자사업을 통해 환승시설과 유통·문화시설 등 상업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구시는 또 서대구역 진·출입로 인근에 조성 예정인 대규모 광장의 지하공간에 대해서도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기로 하는 등 2030년까지 역세권 개발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과거 생활쓰레기 매립부지 위에 수목원을 조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대구역세권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그러나 서대구역 일대에 묻혀 있는 폐기물을 대부분 처리하지 않고 사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선 광장은 매립지 위를 포장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서대구역사 건설 과정에서는 부지 약 9m 아래 지점까지 묻혀 있는 것으로 파악된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았다. 서대구역사는 대신 폐기물 매립층을 통과해 지하에 있는 암석까지 파일을 박는 방식으로 기초공사가 진행됐다. 대구시는 이 파일이 역사를 떠받치고 있고 열차 통과에 따른 진동 등을 모두 고려한 공법을 적용한 만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서대구역 주 진입도로 역시 부지 5.5m 밑까지 폐기물이 매립된 것을 확인했지만, 차량 통행 등에 따른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깊이인 약 2.5m까지만 폐기물을 치웠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대구시는 나머지 역세권 부지 폐기물은 사업에 참여하게 될 민간사업자가 모두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대신 민간에서 폐기물 처리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수익성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법리와 조례 등을 검토해 용적률 완화와 같은 ‘당근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이 지역에 광범위하게 묻혀 있는 폐기물의 종류와 양에 대한 분석도 없이 사업부터 추진할 경우 각종 구조물의 안전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발 과정에서 지하에 방치된 폐기물이 원인이 돼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개발을 맡을 민간사업자에게 폐기물 처리를 넘길 경우 처리 과정이 공개되기 어려워, 폐기물이 말끔하게 치워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본호 한국녹색환경협회장은 “앞으로 족히 100년 이상은 활용될 건축물이고 상당한 양의 폐기물까지 묻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구시가 당연히 지반 안전성 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토대로 공사를 시작하는 게 상식”이라면서 “대구시가 건물 안전성과 관련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 회장은 “특히 방치된 의료 폐기물 등이 썩으면서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고 중금속이 검출되는 등의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며 “지금이라도 토양 정밀 조사를 벌여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환경 조사를 벌이는 등) 관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매립된 폐기물을 다 처리할 예정이기 때문에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KTX 서대구역은 현재 시운전 등 종합시험운행이 진행 중이다. 대구시는 코레일·국토교통부와 KTX 및 SRT 등의 정차 횟수와 열차 시간표 등을 놓고 협의를 벌인 후 내년 초 개통식을 열 예정이다.

글·사진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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