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바 - 니시 가나코 [채영신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내 아이들은 둘 다 사춘기를 유별스럽게 보냈다. 연년생인 두 아이의 사춘기를 나 자신의 사춘기보다 백 배는 더 힘들게 치렀다고 하면 엄살일까. 게다가 그때는 아이들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내 인생 자체가 이런저런 문제들이 겹쳐 퍽 고달픈 시기였다.
그때 만난 책이 <사라바>다. ‘살아봐’의 혀 짧은 발음쯤으로 생각하고 별 기대 없이 첫 장을 펼쳤다가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세상에 왼발부터 나왔다.” 그 첫 문장에 홀려 두 권이나 되는 책을 집어 들었다.
주인공 아유무가 왼발부터 디딘 세상은 일본이 아닌 이란이다. 수려한 외모 덕에 사랑을 받으며 자라온 아유무는 남들과 자신을 끝없이 비교하며 추락하기 시작한다. 누나 다카코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골치 아픈 기행을 일삼는다. 어머니라기보다는 나이 많은 소녀 같은 어머니는 행복해져야만 한다는 강박 속에 계속 행복을 찾아 헤맨다. 출가한 것 같은 삶을 살던 아버지는 결국 머리를 밀고 진짜로 출가하고 만다.
이 요령부득의 인물들을 작가는, 작가의 젊은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참으로 웅숭깊은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그래서 이들이 절망의 정점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할 때, 그 모습만으로도 나는 다른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었던 위로를 받았다. 어떤 사람에게서도, 심지어 기도하는 순간에조차도 받지 못했던 깊은 위로였다.
그래, 이게 인간이고 인생이지. 내 아이들도 아유무와 다카코처럼 이 미친바람과 파도의 시간을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게 될 거야. 그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채영신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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