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좀 미룹시다" 곳곳서 혼란.. 양도세 8일부터 완화

정순우 기자 2021. 12. 6. 20: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집 팔려던 사람들 "이사비 몇백만원은 드릴게, 제발.."

8일부터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된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이 적용된다. 집을 판 가격이 12억원보다 작으면 양도세를 안 낸다는 뜻이다. 지난 2일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시행 시점이 불명확해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행정 절차를 최대한 서두르기로 했다.

2021년 12월 6일 서울 잠실 부동산 중개업소에 양도세 종부세 상담환영 문구가 걸려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개정된 법에 따라 많게는 수천만 원의 양도세를 절약할 수 있게 되자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팔려던 사람이 매수자에게 “약속한 잔금 일정을 미루자”고 요구하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집을 처분한 사람들 사이에선 “불과 몇 달 일찍 팔았다고 세금을 수천만 원 더 내는 게 억울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일러스트=박상훈

◇양도세 완화에 매도자들 “잔금일 미루자”

6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7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8일 공포해 시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애초 다음 달로 예상됐던 시행 시점이 3주가량 앞당겨지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양도세 개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법까지 통과된 마당에 굳이 시행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작년 7월 말 정부·여당이 처리한 계약갱신청구권(2+2년), 전·월세 상한제(5% 이내)를 담은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 당일부터 시행됐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 완화로 1주택자의 세 부담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 동작구 A아파트를 7억원에 취득해 2년간 거주하고서 15억원에 처분하는 경우, 기존엔 9538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하지만 바뀐 기준에선 세금이 3618만원으로 62% 줄어든다. 매도자 입장에선 큰 혜택이다.

법이 바뀌면서 매도자들은 매수인에게 잔금 지급을 미루자고 요청하고 있다. 양도세는 잔금일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계약을 미리 했더라도 법 시행 이후에 잔금을 받으면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9~10월에 계약하고 이달 중 잔금을 받기로 했던 매도자 대부분이 잔금 일정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매수자의 이사비를 지원하거나 따로 수백만 원씩 사례하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법 개정 이전에 집을 처분한 사람들은 “집을 일찍 처분하는 바람에 세금 폭탄을 맞았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양도세 비과세 12억원 규정을 올 상반기 양도분에도 적용해 달라”는 글이 등장했다.

◇매물 확대 효과는 적을 듯

정부는 1주택자의 양도세를 완화하면 주택 매물이 늘어나면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다주택자의 양도세까지 낮춰줘야 매물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인 박완주 의원이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며 여권에서도 다주택자 규제 완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논의된 바 없고 추진 계획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12억원으로 조정되면서 고가 주택 기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세금, 대출, 중개 수수료 등에서 규제 대상을 판단하는 데 쓰이는 고가 주택 기준이 9억원, 11억원, 12억원, 15억원으로 제각각이어서 국민 혼란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당시 부동산 정책의 고가 주택 기준은 9억원으로 통일돼 있었다. 하지만 2019년 ‘12·16 대책’ 때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실거래가 15억원 기준이 생긴 데 이어 올해는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공시가격 9억원→11억원), 양도세(실거래가 9억원→12억원) 감면 요건이 바뀌었다. 고가 여부를 판단하는 가격 역시 양도세나 금융권 대출 기준은 시세로 판단하고, 종부세나 재산세 감면 여부는 공시가격 기준이어서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부동산 정책이 수시로 바뀌면서 고가 주택 기준도 너무 복잡해졌다”며 “바뀐 시장 상황과 국민 인식을 감안해 최대한 단순한 방향으로 기준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