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팀장] 흉기로 책 찍고 오토바이 자세도..9살 의붓아들 상습학대

성용희 2021. 12. 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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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전] [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네, 생후 20개월 된 동거녀의 딸을 성폭행하고 학대 살해한 뒤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유기한 20대 남성에게 최근 검찰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죠.

이 사건을 비롯해 잔혹한 아동학대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대전에서 벌어진 또 다른 아동학대 사건이 법원 판결로 드러났습니다.

한 30대 여성이 9살 된 의붓아들이 읽던 책에 흉기를 내리꽂는 등 갖은 방법으로 학대한 건데요.

오늘은 이 사건과 해당 여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의붓아들이 읽던 책에 흉기를 내리꽂았다….

아무리 자녀가 말을 안 들었다고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인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2019년 겨울이었습니다.

30대 A 씨는 대전 서구의 자신의 집에서 9살 의붓아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아들은 책을 읽고 있었고 A 씨는 식사를 준비했는데요.

아들이 밥을 먹으라는 말을 무시하고 계속 책만 읽고 있자 화가 난 A 씨는 부엌에서 쓰던 흉기를 아들이 읽고 있던 책에 내리꽂았습니다.

그런데 A 씨의 이런 행동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날에는 아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며 흉기를 들고 "너를 해치고 교도소에 가면 그만이다", "나는 경찰도 안 무섭다, 뉴스에 나올 일을 만들지 마라" 이런 입에 담기도 힘든 말을 하며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또 아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벽을 흉기로 긋고 "이 다음엔 너야"라고 협박하며 정서적으로 학대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초등학생 아들이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요.

참 안타까운 일인데, 아들을 향한 행동들을 보면 정서적 학대가 끝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신체적으로도 갖은 방법으로 학대 행위가 이어졌습니다.

2019년 5월 A 씨는 아들의 도벽을 고친다며 4kg가량의 책을 넣은 가방을 메도록 한 뒤에 100m 거리의 공원 오르막길을 수차례 오르내리게 했습니다.

여기에 말을 안 듣는다며 양팔을 앞으로 나란히 하고 무릎을 굽히게 하는 부동자세죠.

이른바 '오토바이 자세'를 30분 넘게 시키기도 했습니다.

장난감을 던져 맞추는 일은 예삿일이었고요.

교자상을 던져 얼굴에 맞추거나 책가방으로 머리를 수차례 내리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앵커]

이렇게 지속해서 학대에 시달린 아이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이 여성, 어떻게 재판에 넘겨진 건가요?

[기자]

네, 피해 아동의 할머니가 영상통화를 하면서 아이의 눈에 멍이 든 것을 수상히 여기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아이는 당시에 "엄마에게 둥그런 물체로 눈을 맞아 멍이 들었는데 엄마가 한 번만 봐달라고 계속 빌어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친구가 때렸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결국, A 씨는 1년 7개월 동안 11차례에 걸쳐 의붓아들을 상습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법정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장난감을 정리하려고 던졌는데 우연히 아이가 맞았다는 등 고의성이 없었다고 부인했습니다.

[앵커]

1심 재판부는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나요?

[기자]

네, 피해 아동의 구체적인 진술을 근거로 A 씨에게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아이는 경찰 조사에서 "엄마에게 물체로 눈을 맞았을 때 다음날 눈이 새파랗게 멍들어서 달걀로 문지르고 아이스팩을 하기도 했다"고 진술했고요.

엄마가 던진 교자상에 맞았을 때는 "머리에 맞은 뒤 교자상 상판이 날아가고 테두리가 목에 걸렸다, 엄마가 책상을 버리고 오라고 했는데 책상을 들고 계단을 내려갈 때 계속 아팠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렇게 이런 아이의 진술이 구체적인 데다 비합리적이라고 볼만한 부분이 없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A 씨는 아들의 옷방에 CCTV를 설치하고 아동보호기관의 상담내용을 감시해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도 기소됐는데요.

이 부분은 상담할 때 CCTV의 전원을 꺼뒀고 집이 협소해 말소리가 다 들리기 때문에 굳이 CCTV로 상담 내용을 감시할 필요가 없었다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앵커]

일부 혐의는 무죄라도 하더라도 주요 학대 행위는 유죄로 인정된 거잖아요?

이 여성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보호관찰과 아동학대 치료강의 40시간 수강, 3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등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양육자임에도 불구하고 학대의 방법과 정도를 보면 죄책이 무겁고 피해 아동이 환청을 겪고 접근금지를 요청할 정도로 상당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었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잘못을 대체로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수감생활을 할 경우 다른 어린 자녀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을 참작해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는데요.

검찰과 A 씨 모두 항소장을 제출해 이 사건의 판단은 2심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성용희 기자 (heest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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