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 걸을 수 있는 골프, 시각장애인에게 최고"
50대 초반에 시력 잃었지만
서포터 도움받아 경기 펼쳐
K-골프 위상 세계에 알려
"코로나로 골프장 예약 난관
장애인 기회 줄어 아쉬워"
삼일제약·MBN대회 준비중
최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글렌로스골프클럽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골퍼 조인찬 강남구장애인골프협회장(68)의 목소리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조 협회장은 오는 10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힐스에서 열리는 '제1회 삼일제약·MBN 한국시각장애인골프대회 with 서원밸리CC'에 출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국 골프계에서 조 협회장은 숨은 'K골프 전도사'다. 조 협회장은 한국인 최초로 시각장애인 골프대회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한국 여자골프 못지않게 한국 골프의 위상을 널리 알렸다.
조 협회장은 2008년 호주 블라인드 골프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2012년 캐나다 블라인드 골프대회, 2015년 US블라인드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에는 브리티시 블라인드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마침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세계 무대에서 누구보다도 인정받는 조 협회장. 그러나 국내에서는 시각장애인 골프가 아직 생소한 탓에 '앞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골프를 치느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고 한다.
조 협회장은 30대 중반이던 1988년 오른쪽 눈에 황반변성(퇴행성 망막질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시력을 잃은 그는 2000년 왼쪽 눈에도 같은 증상이 일어났고 2005년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현재 조 협회장은 눈 가운데 부분 초점이 없고, 주변 시력에만 의지한다. 길을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사람 얼굴이나 글씨를 알아보는 건 불가능하다.
골프를 칠 때 조 협회장은 주변 시력을 통해 공을 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샷을 한 공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지는 못한다. 이를 위해 시각장애인 골퍼들은 항상 서포터를 대동하고 라운드를 한다.
분명 핸디캡은 존재하지만 조 협회장은 골프야말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최고의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쉽게 밖을 돌아다닐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 입장에서 골프장의 페어웨이만큼 마음 놓고 걸어다니며 운동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이야기다. 조 협회장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즐기는 것보다 더욱 실감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시각장애인 골프"라면서 "나도 단독 보행은 가능해도 일반 거리는 마음 편히 걷지 못한다. 골프장에서 마음껏 걸으며 운동하다 보면 체력이 향상되고 삶의 질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골프는 체력 증진·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운동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대중 사이에서 골프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각장애인들이 골프를 즐길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골프는 일반적으로 '4인 1조'로 진행된다. 시각장애인은 특성상 4인 모두 골퍼이면 라운드가 진행되지 않기에 시각장애인 골퍼 2명·서포터 2명으로 구성되는 게 일반적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서포터에게는 그린피를 받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골프장 예약이 치열해지면서 이제는 서포터에게도 그린피를 받으면서 시각장애인 골퍼들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조 협회장은 "그린피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의 라운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많은 골프장이 예약을 흔쾌히 받지 않는다"며 "시간이 지연돼도 시각장애인들이 골프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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