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접접촉 통보에 나흘, 병상 배정 전 사망 급증..코로나 확진자, 의료대응역량 넘어서

황수연 입력 2021. 12. 6. 19:12 수정 2021. 12. 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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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위중증 환자 1600명대, 사망자 수백명" 분석 제기

6일 오후 2시쯤 서울 강서구 마곡 선별진료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의 대기 줄이 1㎞ 이상 늘어섰다. 어린이집 가방을 멘 아이부터 교복을 입은 중·고생, 직장인 등 검사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비슷한 시각, 경기 안양시 범계평화공원 선별진료소도 똑같은 모습이었다. 초등학생 아들이 확진자와 접촉해 검사하러 왔다는 주부 김모(39)씨는 “여러 차례 검사받으러 왔지만 이렇게 줄이 긴 건 처음”이라며 “검사하러 왔다 코로나 걸리는 것 아닌가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4000~5000명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발생이 이어지면서 수도권 검사소마다 몇 시간씩 대기하는 게 기본이 됐다. 검사자·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수도권의 의료대응역량 대비 확진자 수는 100%를 넘어섰다. 의료체계가 쏟아지는 확진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실상 무너져내릴 위기에 처했단 얘기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6일 오후 인천 남동구 중앙공원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6일 오전 0시 기준 신규 환자가 432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월요일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환자 수다. 지난 1일(5122명) 첫 5000명대 환자 발생 이후 엿새 연속 4000, 5000명 환자가 나오고 있다. 검사소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최근 코로나 검사를 받은 A씨는 “2주 전 수동 감시자로 분류돼 일주일에 두 번 검사를 받았다. 그땐 대기 없이 바로 가능했는데 이번엔 1시간 넘게 길바닥에 있었다. 5000명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접촉자 분류도 늦어지고 있다. 직장인 장모(40)씨는 6일 아이 학원 같은 반에서 확진자가 나왔지만, 보건당국으로부터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불안해했다. 장씨는 “아이가 밀접 접촉자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황인데 역학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내일이나 돼봐야 안다고 한다니 불안한 마음에 일단 검사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확진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내가 일요일에 확진됐는데 신랑(밀접 접촉자)한테는 연락이 목요일에 왔다. 연락이 전체적으로 늦어지는 것 같다”고 썼다. 환자 폭증으로 조기검사-추적-격리를 핵심으로 하는 K 방역은 마비 상태다.

6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대 제물포캠퍼스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검사소에 검사를 기다리는 차량들이 줄을 서 있다. 뉴스1


위중증, 사망자는 연일 쏟아지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돌입한 지난 11월 1일 이후 이날까지 한 달 여간 총 1044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일부터 35일째 사망자가 두 자릿수로 나온 영향이다. 지난 4일에는 하루 70명이 사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은철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일평균 사망자는 11월 27.6명, 12월 44.8명으로 3차 유행 때인 지난해 12월(12.1명)과 1월(16.8명)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하루 평균 사망자는 3~7월 2~4명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그때보다 10~20배 폭증했다. 박은철 교수는 “고위험군 접종을 시작하면서 사망자 수가 쭉쭉 떨어지다가 4개월 이후인 7월부터 조금씩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손쓸 겨를 없이 중한 상태로 환자가 실려 와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3일 75세 한 여성이 의식 저하, 호흡곤란 등의 증세로 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기도 삽관 등의 처치에도 상태가 악화해 숨졌다. 병원 의료진은 “심부전,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어서인지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난 지 얼마 안 돼 바로 중증으로 진행했고, 응급실에서 코로나19로 양성 판정을 받은 지 3시간 만에 사망했다”며 “최근에는 심정지 상태로 들어오는 환자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병상 상황은 악화일로다. 5일 기준 수도권의 코로나 중증 병상은 86.6%까지 찼다. 의료대응역량 대비 확진자 발생 비율은 전국은 2주 전 70.0%에서 지난주 87.8%로 급증했다. 수도권의 경우 2주 전 89.5%에서 지난주 111.2%로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수도권에서는 중환자 발생 대응 능력이 모두 찼다는 의미”라며 “전체 환자 수가 증가했는데 60대 이상 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져서 이렇게 의료대응 역량이 빠르게 소비됐다”고 설명했다.

6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과 장의사가 코로나19로 사망한 고인의 시신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시스


병상을 바로 배정받지 못해 1일 이상 대기하는 환자는 6일 기준 수도권에서만 982명으로 1000명에 육박한다. 이 중 4일 이상 대기자는 309명에 달한다. 대기자 절반 이상(55.7%, 547명)은 70세 이상 고령자고, 44.3%(435명)는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어 대기 중 사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5주간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숨진 확진자는 29명에 달한다.

위중증 환자가 향후 더 늘어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지난 1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현 수준의 유행이 지속되면 이달 말경 하루 환자가 8704명에 이르고, 재원 중환자는 1645명까지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를 인용하면서 “현재 유행 속도를 낮추지 못할 경우 크리스마스에는 일일 확진자 1만명이 발생하고, 1500개 이상의 중증 병상이 필요하게 된다”며 “하루 수 백명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적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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