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겨울 맞는 北..WP "국경봉쇄 장기화로 식량난 우려"

정영교 입력 2021. 12. 6. 19:00 수정 2021. 12. 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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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북한과 중국 간 국경 봉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4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실시한 국경봉쇄로 인해 올겨울 극심한 식량난을 겪을 수 있다고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북한에서 겨울은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허덕이는 불안한 시기인데, 지난해 1월부터 계속된 국경봉쇄가 식량·물자·현금 부족을 악화시켜 취약계층의 겨울을 더욱 혹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봉쇄에 따른 비료와 농자재 수입 부족으로 올 농작물 수확량이 예상에 못 미쳤다. 올여름 일부 홍수 피해에도 불구하고 수확량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분석가들은 예상했지만, 실제는 달랐단 얘기다. 게다가 국제 원조단체들도 봉쇄 기간 북한을 떠나면서 식량 부족이 악화됐다.

WP는 옥수수 가격 상승이 쌀 부족 현상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북한 내 옥수수 가격이 오른 것은 소득이 급격하게 감소한 주민들이 쌀을 대신해 옥수수로 끼니를 대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관상용 흑고니를 식용으로 사육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도 식량 문제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지난 10월 말 "함경남도 광포오리공장에 고니사(고니사육장)를 새로 건설했으며, 고니 기르기에 필요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흑고니 사육이 2009년 양식에 성공한 뒤 양어 사업에 들어간 철갑상어의 경우와 같이 식재료 고급화 사업의 일환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WP는 북한이 희귀 동물을 혁신적인 식량 해결책으로 소개해온 역사를 가졌다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만든 타조 농장을 예로 들었다.

WP는 북한이 핵심 교역상대국인 중국과도 국경을 차단하고 내부 경제활동을 추가로 제한하는 새로운 조처를 시행하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를 열고 '인민경제계획법'을 6년 만에 개정했다. 이는 국가 경제의 계획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에 대한 감독과 통제에 대한 규정을 명시한 법이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및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을 통해 최근 공개한 개정 법안의 핵심 내용은 사법당국인 '검찰'을 경제사업을 감독·통제하는 기관으로 명시한 것이다. 기존에는 '국가계획기관과 해당 감독·통제기관'이 경제사업을 지도했지만, 모든 권한을 검찰로 이관해 경제사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열린 8차 당 대회에서 '경제 사업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를 언급한 바 있다.

앞서 토마스 오헤아퀸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주민들의 식량 부족은 매우 심각한 우려 사항이며, 가장 취약한 어린이와 노인들은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며 북한의 점진적인 개방을 촉구한 바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지난 2일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나라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해 11월부터 1년 동안 식량 부족으로 외국에서 수입했어야 할 곡물량을 106만 3000t으로 추산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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