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폭행' 가장 딸의 그림..가족들은 울고 있었다

신동규 2021. 12. 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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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당한 40대 가장 딸 PTSD 진단
폭행 가해자, 피해자 측에 사과 뜻 밝혀
피해자 측 "기회 드렸으나 걷어차셨다"
'만취폭행' 사건 피해자의 딸이 사건 당시를 묘사한 그림 / 사진 = 피해자 측 제공

어느 40대 가장의 딸은 아버지가 낯선 20대 여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날을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배경은 캄캄한 어둠을 표현한 듯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졌습니다. 등장인물 5명 가운데 1명은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입니다. 나머지 4명은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와 자신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해당 그림에는 "아빠가 맞을 때 정말 무서워서요. 잠도 안오고 힘들어요. 계속 때렸어요. 혼내주세요."라고 적혀있습니다. 사건은 지난 7월 30일 오후 11시쯤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산책로에서 일어났습니다.

A 씨가 폭행을 당하는 모습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당시 피해자인 40대 A 씨는 아내와 중학생 아들, 7살 딸과 산책 도중 20대 여성 B 씨로부터 폭행을 당했습니다. 술에 취한 B 씨가 A 씨의 중학생 아들에게 맥주를 권했는데, 아들이 거절하자 뺨을 때린 것입니다. A 씨가 이에 항의하며 현장을 이탈하려는 B 씨를 붙잡자 폭행이 이뤄졌고, 이 모습은 핸드폰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경찰이 출동하자 B 씨는 도리어 A 씨가 자신을 폭행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A 씨가 폭행을 당하는 모습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이 같은 상황을 모두 목격한 A 씨의 딸은 지난 10월경 정신장애가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심리학적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심리평가 결과 'PTSD(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R/O·Posttraumatic stress disorder)가 시사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보고서에서는 "검사상 정서 및 행동상의 어려움이 시사되고 있었다"며 "부친과 오빠의 피해 장면을 목격한 이후 외부에 대한 경계가 상승하며 높은 수준의 불안정감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서적 자극을 적절히 처리하는 것이 어려워 회의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로 여겨진다"고 진단합니다.

A 씨 딸에 대한 심리학적 평가 보고서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A 씨는 "(사건 당시)경찰이 도착하자마자 쌍욕을 날리며 성추행, 폭행했다고 했다"면서 "녹취 영상이 없었으면 (A 씨 본인이)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성추행범으로) 저는 바로 범법자 되는 거다. 직장 잘리고, 동네에서 쫓겨나고.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고 가해자 측의 태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아울러 "피해자에 대해서는 얘기가 없고, (가해자 측이) 애는 참 착한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이번 일을 발판삼아 성장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우리 가족은 퇴비가 되는건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무고죄로 처벌을 받게 하려고 해도 정식으로 (성추행 관련) 고소장이 접수되지 않은 경우에는 처벌이 어렵다고 한다"고 한탄했습니다.

지난 5일 A 씨는 '안하무인, 아전인수, 유체이탈 언행으로 가족 모두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빠뜨린 20대 무고녀와 그의 부모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섰습니다. A 씨는 "가장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맞기만 해야 했던, 성추행했다고 무고를 당해야만 했던 상황을 우리 아들과 딸은 반강제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가 잘못한 것이 무엇일까요?"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우리 가족은 이 황당한 사건을 빨리 잊고 싶어 합의에 우선 나섰으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초범이란 이유로 만취했다는 이유로 감형받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좋겠다"며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B 씨는 지난 4일, A 씨에게 문자를 보내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사건 발생 4개월여 만입니다. B 씨는 "아직 부모님 품안에 있는 것으로 착각을 했다"며 "지금이라도 직접 찾아뵙고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A 씨는 "변호사의 조언에 기반한 공감 능력 제로의 감형사유 증거 남기기"라며 "물리적 폭행 그 이상의 성추행범으로 몰아간 무고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다. 본인들 편의 위주의 선민의식이 가득한 사과"라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기회는 드렸으나 제발로 걷어찼다. TPO에 어긋난 사과는 강요나 다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사건은 현재 서울 성동경찰서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B 씨는 폭행과 아동학대, 무고 등의 혐의로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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