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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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트리폴리에 다녀왔다.
트리폴리는 파란 지중해와 하얀색 건물이 잘 어우러져 있다고 해서 한때는 '지중해의 하얀 신부'라 불리던 리비아의 수도다.
2011년 '아랍의 봄'은 42년간 이어져온 카다피 체제를 무너뜨렸지만 따뜻한 바람 대신 혼돈의 폭풍으로 리비아를 이끌었다.
북아프리카의 중심에 위치하며 몰타·이탈리아 등과도 멀지 않은 리비아의 안정은 주변 지역은 물론 유럽 정세에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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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여승배ㅣ외교부 차관보
11월 초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트리폴리에 다녀왔다. 트리폴리는 파란 지중해와 하얀색 건물이 잘 어우러져 있다고 해서 한때는 ‘지중해의 하얀 신부’라 불리던 리비아의 수도다. 호텔에서 내려다본 트리폴리 항구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시내 곳곳에 콘크리트 철근이 드러난 채 방치된 건물들과 아파트 벽에 흉하게 남아 있는 총탄 자국은 내전의 상흔이 아직 아물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2011년 ‘아랍의 봄’은 42년간 이어져온 카다피 체제를 무너뜨렸지만 따뜻한 바람 대신 혼돈의 폭풍으로 리비아를 이끌었다. 과도정부는 정쟁을 해소하지 못했다. 결국 2014년 리비아는 동서로 진영이 갈라지며 내전으로 치달았다. 이러한 혼돈은 풍부한 원유(매장량 세계 9위)를 바탕으로 이루어온 경제적 풍요로움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지금은 청년 실업이 약 20%에 육박하는 경제난에, 제대로 된 코로나19 대응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 작년 10월 동·서부 정부 간 휴전협정이 체결되었고, 올해 3월에는 임시통합정부가 출범하였다. 이 정부는 장기화된 내전의 아픔을 치유하고 치안 등 국가 기능을 되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올해 12월24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무사히 실시하여 정치적 안정과 통합을 이루려 하고 있는데, 리비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유권자가 등록을 마치는 등 국민들도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둘러싼 정파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선거 실시와 결과 승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북아프리카의 중심에 위치하며 몰타·이탈리아 등과도 멀지 않은 리비아의 안정은 주변 지역은 물론 유럽 정세에도 중요하다. 많은 나라가 이번 리비아 선거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리비아 주요 정파 간 대선 실시 합의 이후, 국제사회는 성공적인 선거 실시와 외부 세력 철수 등 리비아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4월 유엔 안보리는 선거 실시 합의를 환영하고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어 주요국들은 6월 베를린 회의, 10월 트리폴리 회의, 11월 파리 회의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거듭 확인했다. 우리 정부도 10월 회의 참석과 코로나 대응을 위한 인도적 지원(작년 170만달러) 등을 통해 이러한 국제사회의 리비아 안정화 지원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과 리비아는 1980년 수교 이후 인프라·건설 협력을 중심으로 한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2014년 내전 이전까지 우리 기업 102개사가 리비아에 진출하여 368억달러(약 45조65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당시 리비아는 수주 규모로 우리 국외 건설 시장 중 3위의 수주 지역이었다. 이번 방문 시 면담한 리비아 정부 관계자들은 ‘동가’(동아)라는 이름으로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행한 동아건설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한국 기업의 복귀를 거듭 요청하였다. 리비아의 경제발전에 우리 국민과 기업이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겨울이 지나 리비아에 평화와 안정의 봄이 찾아오고 우리 기업들이 복구와 재건 분야에 본격 참여할 날이 오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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