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의 '지역성', 꼭 필요한가

한겨레 2021. 12. 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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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정부 예산안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듯하다.

국고지원 지역화폐 발행액이 당초 6조원에서 15조원으로 증액되었다.

2020년 5월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이 세가지 특성을 모두 가진 지역화폐 형식으로 지급되었다.

소상공인을 돕고자 하는 정부 지원금은 업종 한정성과 한시성만 가지면 충분하지 굳이 지역성까지 더해질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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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강창희ㅣ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2022년 정부 예산안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듯하다. 국고지원 지역화폐 발행액이 당초 6조원에서 15조원으로 증액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을 되도록 늘리려는 입장이었고, 재정당국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민주당은 지역화폐가 지역 소상공인들을 돕는 기능을 한다고 믿는 반면, 재정당국은 지역화폐의 경제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경제학계에 보고된 논문들을 살펴보면,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는 민주당의 입장과는 달리 그리 분명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재정당국의 입장은 이해할 만하다.

지역화폐는 일반 화폐와는 다르게 지역 한정성, 업종 한정성, 한시성이라는 세가지 특성을 갖는다. 지역화폐란 일정한 지역에서 일정한 업종에 일정한 시한 내에 사용되는 결제 수단이기 때문이다. 2020년 5월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이 세가지 특성을 모두 가진 지역화폐 형식으로 지급되었다. 1차 재난지원금은 수령자가 거주하는 ‘지역’ 내의 일정한 ‘업종’에서 ‘8월31일’까지 사용되어야 했다.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분석한 경제학 연구들은 이 지원금 중 최소 25%에서 최대 75%가 실제 소비로 연결되었다고 보고한다. 이런 소비 효과가 발생했던 이유가 과연 지역화폐 때문일까?

지역화폐의 기능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만약 1차 재난지원금에 지역성은 없고 업종 한정성과 한시성만 있었다고 상상해보자. 즉 1차 재난지원금이 일정한 ‘업종’에서 ‘8월31일’까지 사용되어야 하지만 전국 어디에서나 사용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지역성을 없앤 이 가상적인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가 2020년의 실제 재난지원금의 효과보다 더 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거주 지역에서 마땅히 구매할 만한 상품이 없어서 소비되지 않았을 지원금이 다른 지역에서 소비되었을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결국 1차 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을 도울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업종 한정성과 한시성 때문이지 지역성 때문은 아니라는 말이다. 소상공인을 돕고자 하는 정부 지원금은 업종 한정성과 한시성만 가지면 충분하지 굳이 지역성까지 더해질 필요는 없다. 지원금의 사용 방식에서 지역성을 빼면 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는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 지역성은 없고 업종 한정성과 한시성만 있는 결제 수단이 있다. 바로 ‘온누리상품권’이다. 지역화폐는 온누리상품권에 지역성을 추가한 결제 수단이다. 앞서 보았듯이, 지역성은 온누리상품권의 소비 진작 효과를 오히려 제약할 수 있다. 바로 이것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소상공인을 돕는 결제 수단으로는 온누리상품권이 지역화폐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지역화폐를 둘러싼 논란이 지역화폐보다는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를 두고 벌어진다면 보다 더 생산적이 된다고 나는 본다. 온누리상품권에 굳이 지역성을 도입하고 싶다면 수도권 대 비수도권 정도면 어떨까?

지역화폐의 적극 지지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경제정책 분야에서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나는 이 후보의 이런 유연함을 환영한다. 경제정책은 증거에 기반한 과학적 사고를 통해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고, 과학적 사고를 위해 중요한 것은 생각의 유연함이다. 자신의 주관과는 다른 과학적 증거가 제시될 때 과학을 중시하는 사람은 자신의 입장을 유연하게 바꾼다. 이런 유연함은 정치 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에게 이런 유연함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도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고 믿으며 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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