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혐의인정", 남욱 "녹취록 증거 안돼"..분열한 4인방 [法ON]

이수정 입력 2021. 12. 6. 18:26 수정 2021. 12. 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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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장진영 기자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의 첫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한때는 같은 목표를 갖고 움직였을지도 모르는 이들이지만 유·무죄와 양형이 달린 법정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첫 재판부터 “입장이 달라 낙인이 찍힐까 두렵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피고인이 낸 녹취록의 증거능력은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며 공방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양철한)는 6일 오후 3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습니다. 4명의 피고인 중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만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피고인석을 지켰습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4인방 중 지난 10월 처음으로 구속된 인물입니다.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기자(56·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와 남욱(48·천화동인 4호 소유주)변호사, 정영학(53·천화동인 5호 소유주)회계사는 불출석했습니다.


4인방의 공통된 혐의 ‘배임’


대장동 4인방이 함께 받는 주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입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가 공모해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주주들에게 배당이익 651억5000만원을 더 주고 별도로 액수불상의 상당한 아파트 시행이익을 추가로 얻게 해줘 공사에 그만큼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공사 안에서, 나머지 세 사람은 공사 밖에서 서로 공모해 화천대유에 큰 이익을 몰아주는 대신 공사에는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가 추천한 정민용씨를 공사에 채용해 화천대유가 요청하는 부분을 들어줬다고 봅니다. 정씨를 통해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공모지침서를 작성케 하고, 피고인들이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편파적으로 심사해 선정을 이끌었으며, 사업협약을 체결할 때도 추가이익이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가도록 했다는 등의 방식입니다.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 주요 혐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유동규·김만배·남욱 “추후 설명”, 정영학“혐의인정”


검찰은 피고인들의 ‘공통된 혐의’라고 기소 요지를 소개했지만, 공모자로 지목된 4명의 피고인의 변론은 제각각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수사에 협조한 공로로 불기속 기소된 정영학 피고인 측의 변론은 다른 피고인들과 달랐습니다. 먼저 변론을 시작한 유 전 본부장, 김씨, 남 변호사의 변호인이 “추후 설명하겠다”는 취지로 대답한 것과 달리 정 회계사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정 회계사 측은 “다른 피고인과 입장이 다르다 보니 준비기일에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으로 낙인이 찍힐까 두렵다”면서도 “공소사실은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부분이 공소장에 나타난 것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은 추후 변호인의 의견서로 설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 회계사는 지난 11월 김만배·남욱씨와 함께 기소될 때도 유일하게 구속을 피한 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수사 초기 검찰에 녹취록을 제공하는 등 수사에 상당 부분 협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소 당시 검찰은 보도자료에서 정 회계사의 신병과 관련해 “수사 초기 검찰에 자진 출석해 관련자들의 대화 녹취록 제공 등 주요 혐의사실을 포함한 실체 진실 발견을 위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점을 고려해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습니다.

남 변호사의 변호인은 정 회계사가 제공한 녹취록의 신빙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남 변호사 측은 “남욱은 2015년 이후 어떤 관여를 했다는 건지 전혀 드러나 있지 않은 공소장”이라며 “단순히 정민용을 추천했다는 사정으로 전반적인 공모 관계가 연결됐는데, 추가적인 설명을 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남 변호사 측은 “정영학 피고인을 통해 여러가지 증거가 제시될 것 같은데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녹취록은 증거능력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추후 공방을 예고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 측과 김씨 측은 “검찰로부터 기록을 전부 받지 못해 검토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김씨 측은 검찰 수사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재판이 시작됐는데도 검찰이 다른 수사를 명목으로 소환 조사를 해서 방어권에 침해를 받는다는 주장입니다.

‘대장동 개발과 이익’이라는 목표를 갖고 움직였을 네 사람은 법정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게 되는 걸까요. 재판부는 충실한 심리를 위해 대장동 4인방 재판을 주 1회는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고지했습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피고인들 요청에 오는 24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연 뒤 내년 1월부터는 정식 재판에 들어간다는 게 재판부 생각입니다. 대장동 4인방의 추후 행보는 어떻게 될까요. 이어지는 재판도 중앙일보 [法ON]에서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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