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이재명 '몽골기병론'의 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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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선언했다.
스스로 "지금까지와 달리 몽골 기병처럼 필요한 일들을 신속히 해내고 결과물로 답하는 당"이라고 규정하면서다.
사실 이 후보가 전범으로 삼은 '몽골 기병'의 승인은 속도가 전부가 아니었다.
후보가 대선 고지에 속히 오르고 싶은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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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일단 '문재인정부와 부분적 차별화'로 비친다. 나아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지지율 역전을 꾀하는 차원이더라도 정책 궤도수정은 바람직하다. 그래서 '대장동 의혹' 등으로 드리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일신한다면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다. 청년 기본소득 등 '기본 시리즈'로 각인된 포퓰리스트의 면모를 바꿔나간다면 국민에게도 희소식일 법하다.
다만 아직 큰 울림은 주지 못하는 인상이다. 새로운 정책 목표를 내놓았지만 이를 달성할 설계도가 부실해 보여서다. 예컨대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그의 '디지털 영토대국' 건설 약속은 시의적절했다. 하지만 "집권 후 5년간 총 135조원을 디지털 인프라와 산업구조 전환 등에 투자하겠다"는 게 전부였다.
이는 목표만 다르지 문 정부의 실패 경로를 답습하는 꼴이다.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할 구체적 각론 없이 디지털 일자리 200만개 이상을 창출한다는 건 연목구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처럼 결과적으로 '세금 먹는' 노인 알바를 양산하면서 '세금 내는' 양질의 일자리를 없애는 격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에 대한 숙고 없이 '이재명표 입법'의 신속 처리만 주문했다. 얼마 전 여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과 간사들을 불러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 뚫고 나가야 한다"고 독려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는 하도급법, 부동산개발이익환수 3법 그리고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공공기관운영법 등이 대상이었다. 이 과정에서 "패스트트랙에 다 태워야"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건 다하자"고도 했다.
그러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추진력보다 조급증이 먼저 읽혔다. 결과 못잖게 숙의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게 민주주의의 요체임을 잊었다는 점에서다. 오죽하면 당내에서도 "이재명의 민주당이 막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는 불협화음이나 공포가 있을 듯하다"(기동민 국방위 간사)고 제동을 걸었을까.
사실 이 후보가 전범으로 삼은 '몽골 기병'의 승인은 속도가 전부가 아니었다. 소수의 몽골군이 어디 중무장한 유럽 각국의 기병들을 기동력으로만 압도했겠나. 그들은 사거리가 길고 연발 속사가 가능한 단궁과 투석기 등 신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도자(칭기즈칸)에 대한 신뢰가 연전연승의 원동력이었다.
후보가 대선 고지에 속히 오르고 싶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저성장이 고착화된 시대다. 민간 기업의 창의를 북돋우지 않고 국가 주도로 엉뚱한 데서 삽질하는 입법으로 성장이 가능하겠나. 예산을 마구 뿌려도 반시장·친노조 기조에 갇혀선 디지털 전환도 언감생심일 뿐이다. 부실한 정책 설계도에 기반한 속도전은 엉터리 내비게이션으로 과속하는 격임을 알아야 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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