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플레이어상을 꿈꾸는 설영우.."실력으로도 인정받을래"
[스포츠경향]
괴롭힘은 아니었다. 울산 현대 수비수 설영우(23)는 클럽하우스에서 자신을 툭 치고 지나가는 형님들이 남긴 ‘걱정마! (정)상빈이가 받을 거야’라는 장난에 환하게 웃었다. “상받으면 전지훈련에 들고 갈게요”라고 받아치는 그의 얼굴에선 긴장이 사라지고, 설렘만 엿보였다.
설영우는 7일 하나원큐 K리그1 대상 시상식에 초대장을 받았다. 또래 선수에게 최고 영예인 영플레이어상의 유력한 후보인 그는 정상빈(수원)과 고영준(포항), 엄원상(광주) 등과 표심을 다투고 있다.
데뷔 2년차인 설영우는 올해 31경기를 뛰면서 2골·3도움을 기록했다. 국가대표 수비수인 김태환과 홍철이 버티고 있는 울산에서 출전 기회를 얻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한 자리를 꿰찼다는 점에서 K리그를 대표하는 샛별로 부르기에 충분했다.
설영우를 가장 위협하는 라이벌은 형님들이 언급한 정상빈이다. 정상빈은 28경기에서 6골·2도움으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렸을 뿐만 아니라 태극마크까지 달면서 차세대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설영우도 2020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급성장하면서 표심을 흔들었다. 영플레이어상 투표 마지막날이자 최종전이었던 지난 5일 대구FC전에선 1골 1도움을 올리며 2-0 승리를 이끌어 제대로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설영우는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기자와 만나 “생일에 최고 활약을 펼칠 줄은 몰랐죠”라며 “영플레이어상을 받을 거란 자신은 아직 없지만 받을 수 있다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기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설영우가 영플레이어상을 간절히 바라는 것은 자신이 성장했다는 징표로 여기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측면 공격수였던 그는 울산대에서 고 유상철 감독의 제안으로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꾼 사례다. 익숙지 않은 자리에 자리를 잡으려 형님들을 붙잡고 구슬땀을 흘렸지만 아직 부족함이 많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오른발잡이인 그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멤버인 이영표처럼 왼쪽에서 주로 뛰고 있는데, 오른발을 고집하는 것도 비슷하다. 설영우는 “사실 조금 더 자신있는 곳은 여전히 오른쪽 수비인데, 왼쪽으로 더 많이 뛰었다. 왼발이 익숙하지 않아 이 부분에 공을 들이는데 홍철형이 큰 도움을 주신다”고 말했다.
울산의 한 관계자는 “설스타(울산 팬들이 설영우를 부르는 애칭)가 영플레이어상을 타면 인기가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웃었다. 설영우가 마치 아이돌을 떠올리게 만드는 빼어난 외모로 여성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빗댄 얘기다. 실제로 설영우가 경기를 치를 때마다 불이 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그 증거다.
설영우는 “게시물을 하나 올리면 1분 만에 메시지가 100개씩 쏟아지니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걸 실감한다”면서 “생일인 어제는 골도 도움도 하나씩 기록하다보니 200개를 답하고도 아직 100개 이상이라는 ‘99+’라고 표시된 상태”라고 활짝 웃었다.
설영우는 만약 자신이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다면, 이를 계기로 게임 속 자신의 평가가 달라지고 싶은 바람도 있다. 최근 한 축구게임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확인해보니 장점과 단점이 정반대로 표현됐기 때문이다. 설영우는 “유명 선수가 아니면 정확하게 평가하기 힘든 사정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닌데 스피드가 77로 가장 좋고, 정작 내세울 수 있는 수비는 55로 ‘자동문’ 취급을 하셨다. 수비수인 누가 봐도 쓸 수 없는 선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이 게임을 할 때는 날 빼고 싶을 정도다. 혹시 보신다면 수비력을 올려주시고, 스피드를 내려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성장하고 싶은 욕구로 가득한 설영우는 시상식이 끝나면 짧은 휴가를 마친 뒤 훈련 계획으로 가득한 스케줄을 짰다. 3년차를 맞이하는 2022년에는 어리지만 잘하는 선수를 넘어 주축으로 올라서고 싶어서다. 설영우는 “마침 제가 호랑이띠라 검은 호랑이의 해인 내년 성공하고 싶은 바람”이라면서 “아깝게 놓친 우승컵도 들어올리고, 태극마크까지 달 수 있다면 성공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외모도 실력으로도 인정받는 설영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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